이란 ‘核사찰 수용’ 北에 불똥… 핵무기 커넥션 꼬리 잡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플루토늄-우라늄 기술 맞교환 의혹… 美 “핵실험 자료 공유 합의” 주장
핵무기 개발 물증 확보할 수도

이란이 과거 핵개발 활동 사찰에 응하기로 서방과 합의하면서 말로만 무성했던 ‘북한-이란 핵 커넥션’의 물증이 드러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반적인 사찰은 물론이고 이보다 더 심도 깊은 사찰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란 핵 협상의 불똥이 북한으로 튈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일 이란과의 핵 협상 잠정 합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란이 과거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한 IAEA의 관심 사항을 다루기 위해 일련의 조치들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5일 “이란 핵 사찰 과정에서 모종의 증거가 포착되면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 의혹 증거도 잡는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을 추구했을 뿐 핵무기 개발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고 중동의 맹주로 군림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우려였다.

IAEA는 2011년 11월 이란이 우라늄탄을 개발하고 있으며 컴퓨터를 사용한 모의 핵폭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이란 핵 개발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불거졌다.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 방식의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란에 제공하고 반대로 이란은 북한보다 앞선 우라늄 농축 기술과 농축우라늄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거였다.

핵 커넥션을 의심하는 증언은 많았다. 2010년 8월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잠수정 개발 기술을 이란에 수출하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수입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같은 해 4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일본 방위상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과 핵 기술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핵 확산 전문가인 헨리 소콜스키 씨는 2003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백 명의 북한 기술진이 이란 핵 및 미사일 기지 10곳에서 일해 왔는데, 인원이 너무 많아 해변 리조트를 통째로 차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중국과 북한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이달 1일 “이란은 북한에서 핵폭탄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다”며 “평양과 테헤란과의 비행시간을 감안할 때 이란은 하루면 거뜬히 핵폭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실시한 세 차례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이란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2008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은 2006년 북한의 지하 핵실험 자료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합의를 했다”며 “이란의 원자력부 관리들이 방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같은 커넥션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은 여태껏 나온 적이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란과 북한이 미사일 개발 분야는 몰라도 핵무기 개발에 협력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한편에서는 “핵 개발 커넥션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란이 이를 순순히 자백하거나 사찰 과정에서 증거를 노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6월까지 이란 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전된 이후 이란 핵 시설과 핵 물질 공정이 서방에 공개된다면 이란이 자국이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과의 커넥션에 관한 일부 물증을 또 다른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이란#핵개발#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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