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일명 ‘잡스법’이 2012년 4월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최종 승인됐다. 잡스법은 한국에서 크라우드펀딩 법안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5일은 잡스법 서명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법안의 5개의 세부 조항 가운데 ‘일반인 프라우드펀딩’은 아직 시행령이 제정되지 못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조항에 대한 시행령을 올해 10월까지 제정하겠다는 시점만 제시했다. 실제 시행은 빨라야 2016년 초로 예상된다. 일반인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시행령이 지연되는 이유는 이 시행령이 증권거래위원회의 최우선 과제인 ‘투자자 보호’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잡스법은 크라우드펀딩 법안이 아니라 설립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 벤처기업의 생애를 지원해주는 법안이다. 잡스법이 승인되면서 ‘새로운 성장회사’에 대한 상장 제도 완화 조항이 발효됐다. 그간 상장을 위해서는 회사 정보를 상세하게 담은 상장신청서를 공시해야 했지만 이 조항을 통해 ‘비공개 상장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상장이 취소되거나 지연돼도 회사 정보를 보호할 수 있어 더 적극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주주의 숫자가 일정한도가 되면 공시해야하는 의무조항도 완화됐다. 공시의무가 생기는 주주 수의 한도를 늘렸기 때문에 벤처회사는 큰 부담 없이 더 많은 주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잡스법 서명 이후 이 두 가지 규정만으로도 벤처업계에 훈풍이 불었다. 벤처회사와 투자자가 고민하는 상장과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이 확대된 것이다.
또 적격투자가(accredited investor)가 펀딩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온라인 펀딩포탈 등을 허용하는 조항도 도움이 된다. 펀딩포탈의 참여대상은 아직 적격투자가에 머물러 있지만 벤처업체와 투자자 사이 거래를 발굴하는 채널로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또 가장 최근에는 약식 기업공개 조항이 발효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펀딩할 수 있는 금액이 증대됐다. 이 조항을 통해 일반인의 벤처회사 투자 기회가 확대됐다는 평가다.
비록 크라우드펀딩은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3주년을 맞은 ‘잡스법’은 그 시사점이 크다. 좋은 벤처회사는 일반인 크라우드펀딩이 없이도 자금을 잘 모으고 있다. 성장과 회수 단계가 원활하면 자금의 유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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