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재주는 미국이 넘고 돈은 중국이 챙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16시 41분


핵협상 잠정 타결로 이란에 채워졌던 빗장이 열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주는 곰(미국)이 넘고 돈은 왕서방(중국)이 챙긴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이란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건설사업이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에 벌써부터 착수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에는 중국자본이 투입됐다. 샤히드 카콴 파키스탄 석유부 장관은 “사업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심각한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 1995년부터 이란 남서부 아살루예 가스전으로부터 파키스탄 남부 나와브샤를 잇는 1680㎞의 가스관 연결 사업을 추진해왔다. 연료 부족으로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전력난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으로선 절실한 사업이다. 이란은 아살루예에서 파키스탄 국경까지 900㎞ 구간의 가스관 건설을 완료하고 파키스탄 측 가스관 건설을 재촉해왔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이란과 교역을 금지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공사에 들어가지 못해왔다. 재정난과 테러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국가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파키스탄은 그 돌파구를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란 원유시설에 투자해온 중국에서 찾았다.

파키스탄은 중국 석유가스집단공사(CNPC) 계열사인 중국 국영 송유관국과 파키스탄 서부 과다르 항구~나와브샤 700㎞ 구간의 가스관 건설을 협의 중이다. 최대 20억 달러(2조1854) 규모가 될 사업비용의 85%를 중국 측이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경에서 과다르까지 80㎞ 구간은 파키스탄이 맡을 예정이다. 2년 뒤 가스관 건설이 완공되면 파키스탄의 전체 전력 부족분인 4500㎿를 생산할 수 있는 가스를 한꺼번에 공급받게 된다. WSJ은 19일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때 이 협상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방문에선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남서부 지역을 도로와 철도로 잇는 4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회랑’ 구상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당초 아살루예~나와브샤 가스관 건립에 반대하면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이 예정대로 6월 최종 타결될 경우 이란의 에너지 수출 금지가 가장 먼저 풀린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살루예~나와브샤 가스관 건설의 걸림돌도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이 가스관사업은 당초 인도까지 연장될 계획이었기 때문에 수출시장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이란에게 이득이 돌아간다.

이 가스관은 ‘평화가스관 프로젝트’로 불린다. 수십 년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파키스탄과 이란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국경을 접한 이슬람국가이지만 이란은 시아파, 파키스탄은 수니파로 종파가 다르다.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 및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파키스탄은 6일 예멘 반군 축출 작전을 주도하는 사우디로부터 참천 요청을 받은 상태다. 예멘의 후티 반국 세력은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이 새로운 경제협력 파트너가 된 이란과 오랜 우방인 사우디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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