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중국발 악재에 아시아 금융시장 흔들…국내증시 ‘속도 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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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중국발(發) 악재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면서 한국 증시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지난주 55.74포인트(2.67%) 올랐던 코스피는 20일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다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지고, 중국 정부가 증시과열을 억제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한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출렁거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상승 추세를 꺾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21포인트(0.15%) 상승한 2,146.71로 마감했다. 장 초반 2,126.55로 16.95포인트(0.79%)까지 떨어졌지만 외국인이 집중 매수하면서 지수가 보합선을 유지한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63%,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2.02% 떨어졌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린 건 그리스발 악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의 채무상환 연기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히면서 1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각각 1% 넘게 떨어졌고 유로스톡스50지수는 2% 가량 급락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그리스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분할금(72억 유로·8조4240억 원) 지원을 놓고 벌이는 국제기구와 그리스 사이 실무 협상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 채권단은 그리스에 노동시장 유연화와 강도 높은 연금 구조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리스는 노동시장 보호, 기초 연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리스가 내놓은 정부 개혁안을 평가하고 24일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만일 실무 협상이 결렬돼 유로그룹이 그리스에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디폴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달 말 공공연금 및 공공서비스 임금 지급에 24억 유로가 필요한 데다 5~7월 IMF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만 30억 유로가 넘는다.

그리스가 실제 디폴트 상태에 들어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져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

중국 발 악재도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데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17일 장 마감 이후 증시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공매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당일 중국 주가지수 선물이 6% 가까이 떨어지면서 글로벌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해외발 악재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유동성 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돈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가운데 유럽계 자금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현재 외국인 순매수는 미국, 스위스, 일본계가 주도하고 있어 유럽계 자금의 이탈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과열된 증시를 조정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의 질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중국의 강세장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상황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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