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阿밀입국 조직 선박 파괴” 군사작전 카드 꺼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난민대책 긴급회의서 합의
리비아 군벌 돈벌이 수단 악용… 시리아 등서 조직적 난민 모집
유럽행 희망자 100만명 추산

최근 지중해에서 난민들이 수백 명씩 사망하는 참사가 잇따르자 유럽연합(EU)이 인신매매나 밀입국 사범들이 띄운 난민선을 파괴하는 군사작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EU 28개국 회원국 외교장관과 내무장관들은 20일 룩셈부르크에서 난민대책 긴급회의를 열어 난민 밀입국 조직 소탕을 위한 군사 작전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 작전의 목적이 “밀입국 선박들을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EU는 바다에서 난민들을 구조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아예 배를 파괴해 유럽을 향해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골자다.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과거 소말리아 해적에 맞서 ‘아프리카의 뿔’(뿔 모양의 아프리카 동부를 지칭) 지역에서 벌였던 작전과 유사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전 범위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주요 지도자 모두 밀입국 조직과의 전쟁을 난민 대책의 최우선으로 지지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EU의 밀입국 선박 파괴 작전의 주요 무대는 리비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 난민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유럽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유도 있지만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무너진 탓이 크다. 여러 지역을 나누어 군림하고 있는 부족과 군벌들은 난민 밀입국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경쟁적으로 난민을 모집해 온다. 심지어 내전으로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까지 가서 유럽행 난민 희망자를 데려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밀입국 업자들은 난민 희망자 1명에게서 수천 달러씩 받는데 수백 명이 탄 선박 한 척을 하루 동안 운항해 유럽에 도착시키면 수십만 달러를 벌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군벌은 난민 모집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현재 리비아에서 대기 중인 난민은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난민을 상품으로 보는 밀입국 조직들은 안전 수칙을 무시하고 보트에 사람들을 짐짝처럼 싣고 지중해로 나간다.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개인 짐은 물론이고 먹을 것과 물병조차 휴대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기관이 고장 나 표류하면 난민들이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한편 18일 난민 950명을 태우고 가다 전복된 선박 사고에서 선장과 승무원 1명이 수백 명의 난민을 배 아래 짐칸에 가두고 자신들은 갑판 위에 있다가 가장 먼저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경찰은 생존자들 속에 숨어 있던 이들을 체포했다. 이 사고는 지중해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20일에만 지중해에서 선박 조난 사고 3건이 추가로 일어났다. 난민 100∼300명을 태운 선박 2척이 침몰해 20여 명이 숨졌으며, 그리스 해안가에서도 난민선이 난파해 3명이 사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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