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수진영도 비판 가세
아베, 2차대전 전쟁포로 만찬 초대… 美에 저지른 잔학행위 사과 제스처
미국 방문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미국 내 보수 진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 보수 매체인 ‘위클리 스탠더드’ 부편집인 이선 엡스타인은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동맹인 일본의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좋지만 날짜(29일)를 잘못 골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을 기리는 쇼와(昭和)의 날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미국의 참전용사들도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보수단체인 티파티의 웹사이트 ‘레드 스테이트’에도 글을 올려 “히로히토 일왕 생일에 연설을 하겠다는 것은 아시아 동맹국들을 무시하는 것인 만큼 다른 날짜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지일파인 미국 아태안보센터 소속 제프리 호넝 교수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아베 총리에게 부족한 것은 분명하고 명백한 방법으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한인 시민단체들은 27일 예정된 아베 총리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을 앞두고 이 대학 총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한인들은 “과거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아베 총리의 연설을 허용한 것은 세계 최고 지성 하버드대의 불명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아베 연설장 밖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7)를 비롯해 재미동포, 한인 유학생 등이 ‘아베가 역사의 진실을 말하는 입을 막고 있다’는 의미로 대규모 침묵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 중 일본군에게 포로로 붙잡혔던 퇴역 미군 레스터 테니 애리조나 주립대 명예교수(95)를 29일 만찬행사에 초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테니 교수는 태평양전쟁 때 필리핀 바탄 반도를 공격한 일본군에게 붙잡혔다가 살아남은 미군 포로로 구성된 단체의 대표를 지내고 있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아베 총리의 초청을 받아 영광”이라며 참석할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의 테니 교수 만찬 초대는 일본군이 전쟁 중에 미국에 저지른 잔학행위에 대해 사과하는 제스처를 보여서 자신을 향한 미 언론과 지식인들의 비판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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