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타계한 압둘라 국왕을 이어 즉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80)이 29일(현지 시간) 전 국왕의 이복동생이자 차기 왕위 계승 ‘0순위’였던 왕세제를 전격 교체하고 자신의 친형 아들(친조카)을 새 왕세제에 앉혀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살만 국왕은 이날 칙령을 통해 무끄린 왕세제(69)를 물러나게 하고 무함마드 빈 나예프 부왕세제 겸 내무장관(56)을 새 왕세제로 책봉했다. 신임 왕세제는 살만 국왕의 친형 나예프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전 왕세제(1934∼2012)의 아들로 살만 국왕의 친조카이다. 그가 왕위를 이어받으면 초대 국왕(압둘 아지즈) 손자 세대에서 처음 국왕을 배출하게 된다.
살만 국왕의 이번 조치는 전임 국왕의 흔적을 지우고 친정체제를 신속히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끄린 왕세제가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은 파다했었다. 사우디 왕실의 실세라고 불리는 ‘수다이리 세븐’(초대 국왕의 아내 중 한 명인 훗사 빈트 아흐메드 알수다이리가 낳은 7형제)의 견제가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수다이리 세븐 혈통은 살만 국왕을 포함해 국왕 2명과 왕세제 2명을 배출한 핵심 세력이다.
물러난 무끄린 왕자는 왕실에서 영향력이 사실상 전무했다. 그의 어머니는 초대 국왕의 34번째 부인으로 사우디 명문가도 아닌 예멘 출신이었다. 게다가 막내로 변변한 세력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압둘라 전 국왕은 무끄린 왕자를 세워 수다이리 세븐을 견제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무끄린 왕자의 교체였지만 시기가 다소 빨라 의외라는 분석들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살만 국왕이 예멘 반군 공습으로 자신의 국정 장악 능력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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