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흑인 청년이 경찰 구금 도중 숨지면서 촉발된 미국 볼티모어 시위는 29일 사흘째를 맞아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오후부터 사람들이 서서히 시내로 모여들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차역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라고 쓰인 팻말 등을 들고 시청을 향해 행진했다. 시위대는 특히 경찰의 조사 결과 비공개 방침에 반발하며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소요 사태로 한인 업소 42곳이 방화 또는 약탈 피해를 봤고, 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27일 이후 추가로 발생한 피해는 없다”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한 뒤 주 및 시 당국과 협의해 최대한 빨리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볼티모어 소요 사태를 촉발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25)가 경찰의 압송 과정에서 자해를 시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입수한 압수수색 영장을 인용해 “그레이와 같은 호송 차량에 탔던 다른 재소자는 그레이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며 “그 죄수는 그레이가 고의적으로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는 지난달 12일 경찰에 체포된 후 일주일 만에 척추 손상으로 사망했다. 경찰은 그레이가 체포 과정에서 다친 것인지,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다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 시카고, 퍼거슨, 미니애폴리스, 클리블랜드 등에서는 볼티모어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사법 정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카고에서는 전날인 28일 밤 시카고 경찰청 앞에 시민 400여 명이 모여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과잉 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보스턴에서도 소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에서 경찰이 또다시 비무장 10대 청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뒤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달 23일 가택 침입과 기물 파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에 있던 히스패닉계 19세 청소년 헥토르 모레혼에게 발포했다. 당시 경찰관은 모레혼이 경찰관에게 총을 겨누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서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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