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카드 업체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의 출발은 화물운송업이었다. 웰스파고은행을 세운 웰스, 파고와 또 한 명이 1850년에 설립했다. 초기에는 뉴욕시와 버팔로, 중서부 도시 간 현금과 환어음을 보내는 일을 주로 했다. 이후 금융업 및 여행업으로 확장했다. 신용카드 사업에는 1958년 아멕스 카드를 발매하면서 뛰어들었다.
1983년 아멕스 카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신용카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싶었다. 파리의 에펠탑,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처럼 뭔가 미국의 상징물과 연계된 마케팅을 기획하고자 했다. 눈에 띄는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100년 만에 자유의 여신상 복원공사를 한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아멕스는 자유의 여신상 복원에 필요한 금액을 다 지원하는 안부터 검토했다. 그러다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소비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캠페인 기간 중 카드 소지자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 가입할 때마다 1달러를 적립하는 아이디어였다.
뉴욕 시민뿐 아니라 전 미국인이 환호했다. 캠페인 기간 중 170만 달러가 모였고 아멕스 카드 사용액은 27%나 증가했다. 소비자는 자기 힘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보수된다는 당당함을, 기업은 자사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떳떳함을 얻었다. 세계 최초의 대의마케팅 사례로 자리 잡았음은 물론이다.
대의마케팅을 추구할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마케팅과 대의명분 간 적절한 균형감각이다. KFC는 유방암 예방 캠페인에 참여했다. 자사 제품 판매금액의 일부를 가장 큰 유방암 예방단체에 기부하는 대의마케팅이었다. 하지만 KFC는 “튀긴 음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마당에 도대체 유방암 환자를 늘리겠다는 건가, 줄이겠다는건가?” “담배 필 때마다 폐암예방재단에 기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등 소비자들로부터 냉소적 비아냥만 듣다 결국 중도에 캠페인을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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