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서 112km 거리 전략요충, 이틀새 500명 숨져… 8000명 피란
시리아 유적도시 팔미라선 퇴각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州都) 라마디를 완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112km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를 IS에 빼앗김에 따라 수도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미국 주도 연합군의 공습 지원을 받아 이라크군이 IS 점령지에 대한 탈환작전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IS는 올해 3월 말 티크리트를 빼앗긴 이후 처음으로 승전보를 올리며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
IS는 이날 성명에서 “알라의 가호로 칼리프국가 전사들이 라마디를 깨끗하게 정화했다”며 라마디 점령 사실을 알렸다. 라마디 남부 말라브에서 IS의 공세에 맞서 싸우던 이라크군은 탄약이 떨어지자 라마디 동쪽 칼리디야 기지로 철수했다. BBC는 이라크 군경이 대포, 탱크, 미사일발사기, 소총 등의 무기와 군용 차량 30여 대를 그대로 놔두고 떠났다고 전했다. 팔레흐 알잇사위 안바르 주의회 부의장은 “이틀간의 전투로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주민 8000여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IS가 주민들의 탈출로를 막고 있어 대량 학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IS는 라마디를 손에 넣은 그날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는 점령 하루 만에 시리아군에 빼앗겼다.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2개 전선에서 일진일퇴의 혈전(血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팔미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대유적지가 즐비해 ‘사막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도시다. 전투기 공습과 지역 주민들의 저항까지 겹치는 바람에 IS는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철수해야 했다. 4일에 걸친 시리아 정부군과 IS 간 치열한 전투로 인한 사망자는 민간인 희생자를 포함해 300명이 넘는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혔다.
라마디와 팔미라에서는 도시를 재탈환하려는 반격 공세도 거세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무기와 차량을 버리고 도주하는 안바르 내 정부군에게 자신의 진지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압바디 총리는 유혈 종파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주민 대다수가 수니파인 안바르 주에 시아파 민병대 투입 준비를 지시하는 등 강력한 탈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퇴각한 IS군이 팔미라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어 언제든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IS가 라마디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라마디가 완전히 함락됐다고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다. 모린 슈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상황은 유동적이며 누가 완벽히 장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미국은 전황을 예의주시하며 IS 격퇴를 위한 공습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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