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철도 연결땐 경제영토 확장… OSJD가입 필수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국제철도협력기구 서울회의]
OSJD 사장단 ‘서울회의’ 유치 주역 최연혜 코레일사장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회원국들이 27일 서울에 모여 유라시아 철도 구간 중 유일하게 끊겨 있는 남북 철도 연결을 지지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한다. 25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27∼29일 열리는 ‘OSJD 서울 사장단 회의 및 10차 국제철도물류회의’에서 한반도종단철도(TKR)의 대륙철도 진출을 공식 지지하는 ‘유라시아 철도 발전을 위한 서울선언문’(가칭)을 채택할 예정이다. TKR와 대륙철도 연결은 박근혜 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핵심 과제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서울회의를 앞두고 21일 서울 중구 청파로 철도빌딩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 사장은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들을 고속철도(KTX)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데려가 컨테이너들을 보여주며 
“여러분들 나라까지 철도로 보낼 수 있는 화물”이라고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제공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서울회의를 앞두고 21일 서울 중구 청파로 철도빌딩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 사장은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들을 고속철도(KTX)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데려가 컨테이너들을 보여주며 “여러분들 나라까지 철도로 보낼 수 있는 화물”이라고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제공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회의를 앞두고 21일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OSJD 서울 회의가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한이 불참을 통보했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OSJD 회의는 최 사장이 지난해 4월 평양 회의에서 제안해 성사시킨 결과물이다.

○ 평양회의에서 따낸 서울회의 개최

―OSJD 서울회의 개최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OSJD 28개 회원국 멤버 중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평양 회의에서 ‘서울도 평양과 비슷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OSJD도 철도 수송의 ‘성장 모멘텀’ ‘효율성 향상’이라는 문제로 고민이 많다. 그래서 평양회의 때 ‘남북 철도가 대륙철도에 편입되면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OSJD 회원국이 실제 한국에 와서 보는 게 중요하다. 회원국들이 철도를 개량할 시점이어서 한국 철도의 수출길이 열릴 수도 있다.”

―당시 평양에서 서울회의에 대한 북한의 반대는 없었나.

“지난해 3월 한국이 OSJD 제휴 회원이 된 다음 달(4월) 평양회의에 참석해 ‘인사할 기회를 달라’고 우겨서 7분 연설을 허락받고 회원국을 설득했다. 당시 공용어는 러시아어지만 북한 참석자들이 들을 수 있게 한국말로 연설했다. 다행히 북한이 반대하지 않고 ‘노코멘트’로 침묵해 서울회의가 성사됐다.”

―이번 서울회의에 북한도 초청하지 않았나.


“OSJD 사무국을 통해 북측에 참석 요청을 몇 차례 했다. 북한이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지만 끝까지 (북한 참석의)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지난해 제가 방북할 때도 입국 당일에 비자를 받았다.”

○ 한국 철도 대륙 연결에 OSJD 가입 필수

최 사장은 방북 때 북한 철도성 관계자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실무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때가 되면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올해 4월 체코 정례회의 때도 북한 철도국장을 만났지만 의례적인 인사만 나눴다고 했다.

―한국의 OSJD 정회원 가입 전망은….

“6월 몽골에서 열리는 장관회의에서 그 문제가 다뤄질 것이다. 최근 러시아 전승기념절 행사도 불참을 선언하는 등 북한의 변화가 심해서 예측하기 쉽지 않다.”

―OSJD 정회원 가입이 한국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OSJD는 대륙철도 진출의 출발점이다. 구소련 동유럽권의 모든 나라가 가입된 OSJD는 친목단체가 아니다. 선로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컨테이너 1개 운임을 얼마로 할지, 선로 배분을 어떻게 할지 여기서 결정한다. 한국 열차가 북한을 지나갈 수 있게 돼도 중국, 러시아 길목에서 열흘씩 기다리거나 OSJD 비회원국이라는 이유로 운임을 달라는 대로 줘야 할 수도 있다. 반드시 OSJD에 가입해 의사결정권을 갖는 회원이 돼야 한다.”

○ “기차 타고 대륙 가기, 먼 미래 아니다”


올해 7월 코레일은 외교부와 함께 ‘유라시아 친선 특급’ 열차를 운행한다. 부산·목포에서 KTX로 출발한 참가자들은 서울역에서 발대식을 갖고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와 베이징(중국)으로 이동한 뒤 열차로 모스크바, 바르샤바(폴란드)를 거쳐 베를린(독일)에 이르는 대장정에 오른다. 수차례 이 노선을 경험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라는 책까지 낸 최 사장은 “우리도 대륙철도에 대한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유라시아 친선 특급이 재개되는데….

“대륙철도는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도 편입만 되면 국력도 한층 높이고 경제 영토도 넓힐 수 있다. 유럽 고등학생들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를 타고 수학여행을 다닌다. 일제 강점기 손기정 선수도 TSR를 타고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다. 우리가 분단으로 대륙과 떨어져 있다 보니 잊혀졌을 뿐이다. 대륙철도와 연결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가 비전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일이다.”

최 사장은 각국이 철도 각축전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비행기, 배와 달리 철도는 영토를 지나는 만큼 ‘철도 주권’이라는 인식이 각별해 서로 자기 열차를 다른 나라로 보내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광궤(廣軌·1520mm)를 쓰고 있는 러시아에 중국이 자꾸 표준궤(1435mm) 레일을 놓으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철도가 같아진다는 건 경제공동권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표준궤를 쓰는 북한이 앞으로 어떤 규격으로 개량될지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조숭호 shcho@donga.com·홍수영 기자
#국제철도협력기구#서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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