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원로 물리학자가 중국의 무분별한 원자력발전소 건립 계획에 대해 대놓고 “미쳤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과학원 이론물리학연구소의 허쭤슈(何祚¤·88) 원사(선임연구원)은 2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국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목표의식만으로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무리한 원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허 원사는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58GW로 늘리고 이후 120GW, 200GW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미친 짓”이라고 성토했다.
허 원사는 공산당원으로 베이징(北京)대 교수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을 역임한 과학계 원로다. 1950년대 베이징 성곽 파괴와 1990년대 파룬궁(法輪功) 탄압 때마다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발언은 심상치 않은 무게를 지닌다. 허 원사는 “지금 내 나이에 새로 짓는 원전의 안전성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 걱정스러워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원전은 1984년 광둥성 선전 시에서 가동에 들어간 다야만(大亞彎) 원전을 시작으로 2014년 3월 현재까지 26기 원전에서 17G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2020년까지 향후 5년 사이에 현재의 원자력전력을 3배까지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셈이다.
중국은 2009년 86기의 핵발전소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를 경악케 했다. 그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일체의 핵발전소 건립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하지만 올해 3월 2개의 핵발전소 건립을 허용하며 다시 원래의 계획을 밀어붙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60여기 원전 중 3분의 1가량 되는 24기가 중국에서 건설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원전 숫자 23기보다 많은 숫자다.
중국이 원전 건립에 적극적인 이유는 전체 에너지 발전량의 70%를 석탄을 통해 얻다보니 석탄과 원유 의존도가 너무 높은데다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같은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일이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한 안전대책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허 원사의 지적이다. 그는 “원전사고가 가져올 재앙은 기술적 요소뿐 아니라 부패, 관리능력 및 의사결정 능력 부실에 의해서도 초래될 수 있다”면서 “우리보다 더 나은 기술과 관리능력을 지닌 일본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안전기준이나 모니터링 기준은 일본 보다 못한 옛날 수준”이라며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그럴 경우 원전의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현재의 원전 확충 계획을 중단하고 향후 수십 년 간 안전 운영에 대한 경험을 쌓고 난 뒤 새 원전 건립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허 원사는 특히 중국 정부가 내륙 지역에서 원전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원전 입지에는 냉각수 확보가 중요한데 중국 내륙은 대부분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는 사막에 원전을 짓겠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물이 없다. 반면 물이 충분한 도시나 해변에 원전을 건설하면 방사능 유출 사고 때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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