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여러분, 해냈습니다. 그리고… 엿 됐습니다(You made it, and you’re fucked).”
아카데미 연기상을 2번이나 받은 미국의 개성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72)의 ‘욕설(f-word)’ 졸업식 축사가 화제다. 22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뉴욕대(NYU) 예술대 ‘티시(Tisch) 스쿨’ 졸업식에서 한 그의 15분짜리 연설은 ’힘들지만 거역할 수 없는 예술인의 인생‘을 특유의 직설과 유머로 표현했다. 시사주간지 타임 등 미 언론들은 “올해 최고의 졸업식 축사”라고 환호했다. 동영상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이길래 그럴까. 그는 서두를 이렇게 뗐다.
“회계, 법학, 의학을 공부한 졸업생들은 안정된 직장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예술)을 한 사람들은 (한마디로) 엿 됐다.” 예술인의 삶은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같은 ’안정된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특히 예술(arts) 분야를 언급할 때 첫 알파벳 글자가 같은 ‘어카운팅(accounting·회계)’과 자주 비교했다. “회계학 전공자의 특기가 합리적 사고나 논리, 상식이라면 예술의 세계에선 열정(passion)이 상식을 능가한다. 여러분은 (회계학 같은) 그런 (안정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 재능을 발견하고 열망을 개발하고 열정을 깨달아 왔다. 여러분이 만약 그것을 느끼고 저항할 수 없으면 그냥 (그 열망과 열정과) 함께 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가의 삶을 ‘평생 거절당하는 인생(a lifetime of rejection)’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화려한 졸업식이 끝나면 여러분 앞엔 ‘거절당하는 인생’의 문이 열릴 것이다. 흔히들 ‘현실 세계’라고 부르는 영역이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아주 작은 배역을 따내기 위한 오디션이나 작은 일자리를 잡기 위한 면접 등등 수많은 분야에서 ‘거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배우이자 감독이 된 그조차도 여전히 수없이 거절 당함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놀라는 표정으로 경청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최근 화제작 ‘셀마’ 시나리오를 읽고 나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며 쓰인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감독에게 말했지만 감독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영화 오디션에선 대본을 무려 7번이나 읽어야 했다. 감독을 위해 읽고, 제작자를 위해 읽고, 또 제작자와 그 부인을 위해 읽고…. 하지만 배역은 다른 배우에게 돌아갔다. 한 연극에선 욕심내던 배역을 무명의 배우에게 뺏기기도 했었다. 이렇게 거절당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마음에 드는 배우를 찾을 동안 시간을 때워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절당하는 것을 내 잘못이라 생각하지 말라. 그 감독 머릿속엔 다른 스타일의 배우가 들어 있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로 “예술인들의 최고 주문(呪文)은 ‘다음에(Next)!’”라고 외쳤다. “배역을 얻지 못했다고? 그럼 다음에! 여러분은 다음이나, 아니면 그 다음 다음에 배역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여러분들이 결국 해낼 것이라는 걸 안다. 행운을 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에!(I know you’re going to make it. Break a leg. Next!)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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