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력 안하는 건 바보같은 짓”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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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파 오카다 日민주당 대표 “양국 정상 만나서 이야기해야
위안부 해결 한국 변화도 중요… 아베담화 과거사 사죄 들어가야”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한일관계에 우려를 표명하며 양국 정상 간 만남을 당부했다. 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한일관계에 우려를 표명하며 양국 정상 간 만남을 당부했다. 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도모(どうも·고마워요).”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東京) 국회의사당 안 민주당 간부대기실. 검은색 안경을 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61) 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건네며 손을 내밀었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그였기에 내심 놀랐다. 과거 인터뷰 때는 인사말도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던 그런 사람이었다.

인상도 부드러워졌다. 올 3월 안구 수술을 한 뒤부터 검은색 안경을 끼고 다닌다. “콘택트렌즈와 이제 이별했다”며 웃었다.

일본 정계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로 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역사인식을 매섭게 추궁하기로 유명한 그는 올해 1월 10년 만에 당 대표로 복귀했다. 모처럼 잡았던 정권을 3년 3개월 만에 내준 민주당이 작년 12월 총선에서 다시 참패하자 그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마주앉은 그에게 ‘일본 야당이 영 힘을 못 쓰는 것 같다’고 물어봤다. 그는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며 “최대 원인은 야당이 분열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베 정권에 대해 “경제 상황이 비교적 순조롭고, 중국이 커진 데 따른 불안감에 편승하는 내각”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점점 국민들이 아베 정권의 본질을 알게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에의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금도 개구리 인형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개구리의 일본어 발음인 ‘가에루(かえる)’는 ‘바꾼다’는 단어와 발음이 같다. 정권교체 열망을 담은 취미인 셈이다.

‘8월 발표 예정인 이른바 아베 담화에 침략과 식민지 지배 등의 표현이 들어가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말해서가 아니라 총리 자신이 잘 생각해 좋은 담화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권에서 외상과 부총리를 지낸 그는 올해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현재의 한일 관계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

“일본과 중국조차 정상회담이 실현됐는데 가장 협력해야 할 한일 양국이 이런 상태에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갖고 경제적으로도 이끌어가야 할 한일 양국이 협력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그는 “우선 한일 정상이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신도 기회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관계 개선을 위해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한국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함께 해결하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 안 된다. 고노 담화부터 아시아여성기금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 온 일본인이 많지만 보람도 없이 문제는 결국 다시 백지로 돌아갔다. 심지어 일본이 뭔가 안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문제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로 인정하고 양보하는 게 필요하다.”

그는 다음 날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지(明治) 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해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곳에 강제적으로 일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조사하면 사실관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은 과거 한 시기에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국은 등록에 꼭 찬성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에게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술도 안 마시고 돈을 풀어 파벌을 만들려고도 않는 그는 정계에서 ‘재미없고 융통성 없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웃으며 “원리원칙을 소중하게 여기며 이치를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정치가로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런 정계가 이상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약속시간이 지나면 곧장 일어서는 평소와 달리 인터뷰 시간을 파격적으로 10분 더 할애하는 ‘융통성’도 보였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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