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 대상이면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뜻인데 어떻게 골프장에 가고 그럴 수 있는지 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아는 한국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senseless) 일이 벌어져 솔직히 말해 좀 놀라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은 10일 워싱턴 시내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20년 넘게 한국과의 통상 업무를 담당해 온 워싱턴의 대표적인 지한파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미국인들도 에볼라 사태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 국민은 누구나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부와 보건 당국을 일단 믿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일을 처리하는 한국을 바라보면 차분하다기보다 ‘비상사태’로 인한 무질서가 더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그는 이어 “아무리 정부와 보건 당국의 대처 과정이 불신을 자초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기본 수칙을 어기면서까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한국 같은 선진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동생이 서울에 살고 있어 자주 통화한다는 오버비 부회장은 “조카가 얼마 전 아파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왔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병원 수칙을 잘 따랐더니 메르스에 걸리지 않고 멀쩡하다고 하더라”며 “사실 대부분 조심하면 괜찮은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관심을 갖고 떠는 것 같아 동생이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한국을 잘 알고 애정을 갖고 있는 이른바 지한파 인사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또 다른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 스탠퍼드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10일 기자에게 먼저 e메일을 보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 관련 뉴스를 보고 한마디 안 할 수 없어 적습니다. 저처럼 한 발짝 떨어진 입장에서 지금 한국을 바라보면 거의 패닉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국민이 흥분한다 해도 정치권과 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인 특유의 뜨거운 정서가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들의 말을 듣다 보니 ‘메르스’가 단순히 국경을 넘나드는 바이러스라는 속성 때문에 ‘글로벌 이슈’가 된 게 아니라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세계가 보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이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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