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연설로 히스패닉 사로잡은 젭 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영어-스페인어 섞어가며 출마 선언… 멕시코출신 아내 만난 사연도 소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2)가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15일 플로리다대 데이드 칼리지 강당은 백인으로 가득 찼던 여느 공화당 집회와는 판이했다.

백인들과 함께 강당을 가득 메운 아시아계와 히스패닉 그리고 흑인 유권자들은 부시 지지 피켓을 들고 열광했다. 영어 외에 스페인어로 쓰인 피켓도 많이 보였다. 부시 전 주지사가 연설하기 전에는 쿠바 출신 가족이 올라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다. 흑인 침례교 목사는 “부시 전 지사는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찬양했다. 장애인 딸을 둔 콜롬비아 출신 여성은 스페인어로 부시 전 주지사의 경력을 낭독했다.

히스패닉 학생이 60%를 차지하는 이 커뮤니티 칼리지를 출마 선언 장소로 선정한 것부터가 ‘나야말로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을 대표하고 표를 얻을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영어 연설 중간에 유창한 스페인어를 섞어 사용하면서 히스패닉 청중을 열광시켰다. 멕시코에서 아내 컬럼바 부시와 만나 결혼한 가족사도 스페인어로 소개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미국은 더 나은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America deserves better)”라며 워싱턴 정치 개혁, 연간 4% 경제성장, 행정명령이 아닌 의회 입법을 통한 이민 개혁 등 그동안 밝혀 온 정견을 분명하게 공식 선언했다. 자신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내며 이룬 성공적인 개혁들도 홍보했다.

그는 앞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내 다른 주자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이름만 다를 뿐이지 같은 어젠다에 같은 슬로건일 뿐”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무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간접 비난했다.

이날 전직 대통령들인 아버지와 형은 참석하지 않았다. 가문의 세 번째 대선 도전자를 부각하기 위한 배려로 알려졌다. 그 대신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며느리인 컬럼바 여사 옆에 나란히 앉아 아들의 ‘홀로 서기’를 지켜봤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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