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메로 일리노이주립대 명예교수… 연구원시절 동맥경화 유발 밝혀내
식품업계 상대로 퇴출운동 벌여… FDA “3년 뒤 사용중단” 결정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6일 식품업체들이 가공식품 제조에 사용해 온 인공 트랜스지방을 퇴출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트랜스지방을 말하는 부분경화유(PHO)는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GRAS)’ 식품 목록에서 제외됐으며 미국 식품업체들은 3년 뒤인 2018년 6월까지 PHO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불포화지방을 고체 상태로 가공하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부분경화)에서 생성되는 지방으로 마가린, 쿠키, 크래커, 비스킷, 냉동 피자, 전자레인지용 팝콘, 냉장 도넛, 쇼트닝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천연지방과 달리 인체에 들어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동맥경화와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FDA는 2006년 가공식품의 용기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표기할 것을 의무화했으며 2013년 트랜스지방 퇴출 방침을 처음 시사한 지 2년 만에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식품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3년 동안의 유예 기간을 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950년대부터 트랜스지방의 인체 유해성을 주장하며 60여 년 동안 식품업계와 싸운 끝에 이번 결정을 얻어낸 100세의 프레드 쿠메로 일리노이주립대 명예교수(사진)의 일생을 조명했다.
쿠메로 교수는 1950년대 대학 연구원 시절 심장병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동맥을 연구하다 사망자들의 동맥에서 이미 미국인들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던 트랜스지방이 다량 검출된다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쥐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토대로 1957년 첫 논문을 통해 트랜스지방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천연지방보다 값도 싸고 맛도 더 좋은 트랜스지방의 사용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료 과학자들과 공공보건 관계자들은 일정량의 트랜스지방은 천연지방만큼이나 안전하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그를 지지하는 과학자들과 시민단체가 늘어났다. 1994년 시민단체들은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들을 용기에 열거하도록 해야 한다고 FDA에 청원했다. 2002년 의약단체는 인체에 무해한 트랜스지방 사용 한계는 없다고 판정했다. 여론을 의식한 식품업체들은 하나 둘 트랜스지방 사용을 점차 줄였다.
이에 힘을 얻은 쿠메로 박사는 2009년 그동안 모은 증거자료를 모아 시민 청원을 제기했고 2013년에는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결국 이번 결정을 얻어냈다. 쿠메로 박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과학이 승리했다”며 “세상에는 트랜스지방 말고 먹을 것이 많다”고 말했다. 지금껏 우유와 계란을 즐기면서도 트랜스지방이 들어간 음식을 일절 먹지 않은 것이 100세 장수 비결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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