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로” 11년 전 ‘쓰나미 소년’, 포르투갈 명문 축구클럽 입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일 16시 26분


2004년 동남아시아를 덮쳐 23만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지진해일(쓰나미) 때 극적으로 구조된 여섯 살 소년이 있었다. 21일 동안이나 물에 뜬 소파를 붙든 채 바다 위를 떠돌던 이 소년은 한 방송사 직원의 눈에 띄어 목숨을 건졌다. 이 소년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포르투갈에서도 화제가 됐다. 구조될 때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4년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루이 코스타가 달고 있던 등번호 10번이 찍힌 유니폼이었다. 소년은 구조 직후 “바다를 떠도는 동안 전혀 두렵지 않았다.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또 내 꿈인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꼭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1년의 세월이 흐른 3일 이 소년은 포르투갈 명문 축구클럽에 입단해 포르투갈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스포르팅 리스본은 이날 “쓰나미 소년 마르투니스(17)가 우리 클럽의 19세 이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고 밝혔다. 1906년 창단된 스포르팅 리스본은 FC포르투, 벤피카와 함께 포르투갈 3대 명문 클럽으로 꼽힌다. 마르투니스의 우상이자 후원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2003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하기 전까지 뛰었고, 루이스 피구(은퇴)가 1989년 프로 데뷔를 한 팀이기도 하다.

호날두는 마르투니스가 구조 당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하고 당차게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마르투니스를 돕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을 통해 마르투니스에게 학비를 지원했고, 맨유에서 뛸 때는 그를 맨유의 안방구장인 올드트래포드로 초대했다. 포르투갈 축구협회도 쓰나미 피해로 부서진 마르투니스의 집을 새로 짓는데 4만 유로(약 5000만 원)를 내놨다.

마르투니스는 쓰나미로 어머니와 두 누나를 잃는 슬픔을 겪었지만 축구선수의 꿈을 이뤘다. 그는 “꿈이 현실이 됐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분 된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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