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어지는 중국 증시 폭락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증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흔들리면서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혀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흠집을 낼 정도라는 것.
중국 정부의 대책은 크게 기업공개 중단을 통한 주식물량 공급 제한과 자금 쏟아 붓기다. 21개 증권사의 1200억 위안(약 21조7000억 원) 기금 조성, 기업공개 잠정 철회 같은 대응책은 시장 논리에 따르기보다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반영됐다. 8일에도 중국증권금융주식유한공사 대주주의 주식 매각 금지, 상장기업 대주주 등의 증자와 자사주 매입 허용 등의 조치가 나왔다.
SCMP는 “중국의 조치들은 ‘금융 공산주의’식 처방”이라며 “(시장 전망에) 회의적인 9000만 명의 투자자(증권계좌 보유 기준)가 당원 8780만 명을 거느린 공산당 정부의 정책을 내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의 양상은 ‘자본주의와 공산당 국가’ ‘시장의 힘과 정치적 조작’의 한판 대결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 주가 하락의 여파가 투자자 손해에 그치지 않고 정치 사회적 충격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SCMP는 증시 폭락 대처 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 간에 이견을 보이면서 지도부 내에서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심지어 권력투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시장을 이해하면서 경제 논리에 따라 대처하려는 측과 정치적 논리로 풀려는 측 간의 견해차도 심하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은 신뢰와 투명성이 중요한데 중국에는 그게 없다”는 홍콩의 한 은행가의 말을 인용했다. FT는 “중국 당국이 ‘증시 화재 진압’과 함께 증시 관리에 부정적 인상을 주는 ‘주가 재난’ ‘시장 구제’ 등의 용어를 쓰지 말도록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공산당 정권의 ‘권위와 신뢰’를 걸고 증시 살리기에 나섰지만 8일에도 상하이주가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5.90%와 2.94% 떨어졌다. 중국 주가는 한 달 사이 30% 이상 폭락했다.
증시의 폭락세가 이어지자 2800여 개 상장사 중 절반에 이르는 1400여 개가 스스로 거래정지를 신청했다. 8일 하루에만 거래정지를 신청한 기업이 600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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