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주식 보위전을 펴자. 참전할 수 있으면 바로 참전하고, 총알이 없으면 함성으로 응원이라도 하자.’ 중국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의 기차역 입구에 설치된 대형 전자광고판에는 6일부터 이 같은 문구가 걸렸다. ‘A주식’은 상하이(上海)증시의 내국인 전용 주식이다. 이 같은 광고를 올린 ‘창사하이테크미디어광고’의 장쥔(長君) 사장은 “주식시장이 붕괴되면 어느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중국상장회사협회의 한 분과인 군사공업위원회는 7일 베이징(北京)에서 마치 군대 출정식과 같은 비장한 분위기의 모임을 가졌다. 모임에서는 4개 항의 ‘창의서(倡議書)’가 발표됐다. 회사 주식 사들이기, 대주주의 보유 주식 증가, 고위층 주식 보유분 감소 중단 등을 통해 주식 가격을 안정시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위원회 소속 회사는 66개 업체로 총 594억 주가량이다.
전형적인 시장경제 및 자본주의 제도인 주식시장에서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가 총력전을 펴서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에 대해 중국 정부가 ‘보이는 손’으로 개입하는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9일 ‘국가팀이 이긴다. 이겨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는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등 국가 기관과 주식시장이 경기를 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신문은 “국가팀이 드디어 행동에 나섰다”며 “국가팀의 실력은 대단하다. 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국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갖고 있는 결심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신문은 또 “중국에는 8000만 명 이상의 공산당 당원이 있다. 각 개인이 조금씩만 주식을 사면 주식시장에 무슨 믿음이 없겠는가”라는 농담도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비록 과장된 농담이긴 하지만 중국의 국가적 동원 능력은 충분하며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며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신문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대응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경제에서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것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잇단 개입은 지도자들이 ‘시장 자본주의’를 포용하겠다는 다짐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2013년 11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중간회의에서 시 주석이 강조한 보다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약속, 개혁 의지에 대한 신뢰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은 중국 주가 폭락으로 인해 중국 관광객의 ‘폭풍 쇼핑’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며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300만 명을 돌파해 약 2조 엔을 썼는데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의 지출액이 압도적이었다”며 “중국 증시 하락이 중국인의 소비 의욕을 냉각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백화점과 여행 업계에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올해 3월 이후 외국인 대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배 늘었는데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의 싹쓸이 쇼핑 덕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직장인들의 평균임금이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국내 소비를 지탱하고 있는 게 중국인 관광객”이라며 “슈퍼와 편의점, 숙박업계, 기저귀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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