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협상 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다. 협상차 5월 말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자전거를 타다 대퇴부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그는 보름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뒤 목발을 짚고 협상장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날아가는 투혼을 보였다. 그는 입원 중에도 협상 과정을 진두지휘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2004년)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그는 관록의 협상술로 이란과의 밀고 당기기에 성공했다. 블랙커피를 물 마시듯 하며 밤샘 협상에 나섰다. 지난 보름간 최소 51차례 회의를 열며 견해차를 좁혀 나가는 끈기를 보여줬다고 보스턴글로브는 전했다.
이란 측에서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2013년 8월 보수 강경파를 누르고 당선된 그는 “이란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서방의 제재를 풀겠다”며 핵협상에 천착해왔고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이란 군부와 마찰을 빚었으나 결국 ‘제재 해제=경제 성장’이라는 점을 내세워 협상을 이뤄냈다. 한편 미 덴버대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미국통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협상 내내 원어민 수준의 영어로 케리 장관과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최대 외교 현안으로 삼았던 이란 핵협상 타결로 또 하나의 ‘레거시 빌딩(성과 만들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협상을 성사시킬 것을 주문하고 케리 장관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미 정부의 대표적인 핵 협상 전문가 중 한 명인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도 빈 현지에서 케리 장관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협상 내용을 챙기며 베테랑 여성 외교관으로서의 장기를 이번에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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