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포용의지 국내외 과시… 對北-對러 관계개선 다목적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8일 03시 00분


中 시진핑 옌볜 등 방문 의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부터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한 배경에는 소수민족 배려뿐만 아니라 북-중 관계 재정립, 중-러 관계 발전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옌볜 현지의 한 소식통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중국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악화된 시기에 시 주석이 방문한 것이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국가주석이 옌볜 주를 찾은 것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에도 있었으나 임기 중 한두 번에 그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이 방문한 옌볜 주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데다 훈춘(琿春)과 투먼(圖們)은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다음으로 중요한 북-중 교역도시다.

시 주석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지린 성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지린 성 등 동북 3성 지역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맞춰 옛 공업기지 진흥을 깊이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주변국(북한과 러시아)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옌볜 주 방문은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어 냉각된 북-중 관계에 변화가 오는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시 주석은 올 9월 3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을 초청해 놓은 상태다.

선스순(沈世順)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전협력연구부 주임은 17일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는 껄끄럽지만 북한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한편으로는 좌절감을 느끼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여전히 북-중 관계를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린 성은 올해 북한, 러시아와 접경한 두만강 하류의 훈춘 시 팡촨(防川)에 ‘북-중-러 무비자 관광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 4월에는 북한, 러시아는 물론이고 몽골까지 참여시킨 4개국 간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북한이나 러시아 항구를 통해 동해에서 유럽으로 가는 북극해 항로를 개척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훈춘은 러시아의 하산,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토크와도 협력을 넓혀 가고 있다.

시 주석이 옌볜의 허룽(和龍) 시에서 조선족 농촌 마을을 찾은 것은 비교적 개발이 늦은 이 지역에 대한 개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시 주석의 취임 후 첫 옌볜 조선족자치주 방문을 보도하며 ‘시진핑 주석 약속대로 옌볜에 가다. 전면 샤오캉(小康)사회(의식주 걱정 없는 사회)에 어느 소수민족도 빠질 수 없다’라는 제목을 앞세웠다. 조선족 사회도 샤오캉 사회로 가는 길에서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후 주석 시절부터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 사업을 국무원이 비준하는 등 변경지역 개발 및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잇달아 발표했으나 실제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중국 정부는 10년 전부터 ‘동북진흥계획’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동북 3성인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성장률은 각각 5.8%, 6.5%, 5.6%로 중국 전역에서 최하위권이었다.

관영 런민왕(人民網)은 “옌볜 주 방문으로 시 주석은 네이멍구(內夢古) 신장(新疆) 윈난(雲南) 등 소수 민족이 있는 동서남북을 모두 시찰하게 됐다”며 “소수 민족에 대해 당 중앙이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소수민족#시진핑#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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