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 기업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도시바의 사장, 부회장 등 최고위 경영진 3명이 회계 부정으로 한꺼번에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도시바는 21일 임시 이사회에서 제3자위원회(위원장 우에다 고이치·上田廣一 전 도쿄 고검 검사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다나카 히사오(田中久雄) 현 사장, 사사키 노리오(佐佐木則夫·전 사장) 부회장, 니시다 아쓰토시(西田厚聰·전 사장) 상담역 등 3명의 사임을 발표했다. 부사장 등 이사 6명도 동반 퇴진했다. 후임 사장은 잠정적으로 무로마치 마사시(室町正志) 회장이 겸임하게 된다.
무로마치 회장은 이날 오후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통제 시스템과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기업 풍토를 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제출된 보고서는 도시바가 2008년부터 2014년 말까지 부풀린 이익이 1562억 엔(약 1조4527억 원)에 이르며 “부적절한 회계 처리에 최고 경영자들을 포함해 고위 경영진의 조직적인 참여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는 특히 조직적인 회계 부정이 저질러진 원인으로 경영진의 당기이익 지상주의와 명령에 거역할 수 없는 기업 문화를 꼽았다. 전근대적 기업 문화에 물든 일본 대표 기업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은 각 사업 부문 책임자에게 ‘챌린지(challenge·도전)’라는 이름의 수익 목표를 설정해 압박해 왔다. 심지어 결산까지 3일만 남은 시점에 120억 엔의 수익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사업 부서장들은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용 계상을 미루거나 이익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회계 부정을 저질러 왔다.
보고서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경영진이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한 배경에는 사내 파벌 경쟁이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감사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사외이사 2명은 회계를 전혀 모르는 외무성 출신이다. 사장 직속 경영감사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회계 법인은 부정 회계에 눈감아 왔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로 일본 기업과 도쿄 증권시장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