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합법화’에…“일부다처제 인정해달라” 신청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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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합법화가 ‘폴리거미(polygamy·일부다처제 또는 일처다부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린 뒤 미국에선 ‘다음은 폴리거미 합법화’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 몬태나 주에 사는 한 남성은 지방법원에 ‘일부다처제를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폴리거미가 이처럼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인물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 의견을 낸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다. 그는 의견서에서 “한 남성와 한 여성의 결합만이 아닌, 남성 2명이나 여성 2명의 결합도 결혼으로 인정한다면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 이상의 결합도 (결혼으로 용인하는 걸) 거부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역사적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복수 결혼(plural marriage·폴리거미의 법률적 용어)’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동성(同性) 간 결합을 결혼으로 인정하는 게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일부다처제 같은) 복수 결혼은 (동성 결혼과 달리) 세계의 많은 문화권에서 깊은 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 연방대법원의 다수 의견이 그 근거로 ‘결혼할 권리, 즉 결혼할 상대를 선택할 근본적 권리의 존중’을 내세운 만큼 ‘한 명이 아닌, 여러 명과 결혼할 권리’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논리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동성결혼 합법화는 ‘(인류의 보존 또는 번식을 위해) 출산이 매우 중요하며 그 출산은 (결혼한) 남녀의 성관계를 통해 이뤄지고 그렇게 태어난 자녀도 1명의 엄마와 1명의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가장 좋다’는 전통적 역사적 인식을 모두 뒤엎은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보드 시카고대 법학 교수는 21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다음은 폴리거미인가(Is Polygamy Next?)’라는 글에서 “폴리거미는 (동성결혼에 비해) 자녀 교육상 더 좋다는 주장도 있다. 왜냐하면 (두 명보다) 더 많은 어른들이 자녀 양육에 필요한 육체적 재정적 정서적 요구들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드 교수는 폴리거미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도 동성결혼처럼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동성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 사회에 아주 많았다. 그러나 이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지금 심각해 보이는 문제가 수십 년 안에 ‘별 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래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에 따르면 ‘폴리가미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대답이 2006년엔 5%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 조사에선 16%까지 증가했다.

자유주의 정치평론가 프레드릭 드보어 씨는 최근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는 폴리거미를 합법화할 때”라며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심정적으로 불편해도 엄연한 현실이다. 세 사람 이상의 결혼도 합법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2일 몬태나 주 옐로스톤 카운티 지방법원에 ‘일부다처제를 인정해 달라’는 혼인 신청서를 제출한 네이선 콜리어 씨(46)는 “폴리거미에 대한 인정 없이 결혼의 권리, 결혼의 평등을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콜리어 씨는 2명의 부인과 살고 있는데 폴리거미 금지 법률 규정 때문에 법적 혼인 신고를 못했던 둘째 부인과의 결혼을 공식 인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낸 것이다. 그는 “둘째 부인도 아내로서의 법적 관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혼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 정부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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