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만큼 덩치 커진 美NSC… 월권-비효율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쿠바 비밀수교-이란 핵협상 등… 국무-국방부 제치고 현안 진두지휘
케리도 쿠바와의 교섭 뒤늦게 알아… 관료화-정책결정 지연 부작용

쿠바와 국교 정상화, 이란 핵협상 타결 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 업적을 만들어낸 백악관의 막강 외교안보 조직인 국가안보회의(NSC)가 비대한 구조와 월권행위, 비효율이라는 총체적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1면 머리기사와 2개면 전면을 할애해 NSC를 해부하는 심층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의 6·25전쟁 참전을 결정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1950년대 초 중요 외교안보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3인 회의’로 시작한 것이 NSC의 시초였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NSC를 총괄하는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으면서 인력이 25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NSC 인력은 조지 H W 부시(50명), 빌 클린턴(100명), 조지 W 부시 대통령(200명)을 거치면서 계속 늘어나 지금은 400명을 넘어섰다. 1993∼1997년 클린턴 대통령 시절 NSC에서 국장과 특보로 근무한 뒤 NSC를 떠났다가 2013년 NSC 수장으로 다시 돌아온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가장 먼저 놀란 것은 4배로 늘어난 인력이라고 WP는 전했다.

NSC가 늘어난 인력을 바탕으로 외교안보 담당 부처인 국무부와 국방부를 제치고 정책 입안과 실행을 진두지휘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중용된 NSC의 젊은 전문가들은 국무부와 국방부의 시니어 관료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우선 NSC가 정책 구상을 독차지해 집행부서의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WP는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쿠바와의 비밀수교 교섭을 이끈 것은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리카도 주니가 NSC 남미국장이었으며 존 케리 국무장관은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될 때까지 보고도 받지 못했다.

오바마 행정부 집권 초기 국방장관을 맡았던 로버트 게이츠는 자서전에서 “NSC의 간섭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후임인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도 “NSC에 연설문을 미리 제출해야 하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까지도 그들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몸집이 커진 NSC는 내부적으로 관료화돼 무수한 회의가 열릴 뿐 긴급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신속하게 나오지 않는 ‘정책 병목’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토 확장에 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중무기를 지원하는 문제가 1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는 것이 그 사례라고 WP는 지적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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