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재미본 트럼프 ‘막말 부메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TV토론 뒤 여성 진행자에 “몸 어딘가 피 나오고 있을 것” 발언 논란

각종 막말로 화제를 일으키며 미국 대선 정국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막말로 부메랑을 맞았다. 6일 첫 공화당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등 공격적 발언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던 트럼프는 토론이 끝난 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자 메긴 켈리(폭스뉴스 앵커)에게 폭탄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뒤끝’을 드러냈다. 켈리는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문제 삼는 질문을 했었다.

트럼프는 토론회 직후 트위터에 “이번 토론회의 최대 패자는 켈리”라고 주장하더니 7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토론회를 진행하던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blood coming out of her wherever)”이라고 말했다. 켈리가 ‘월경 증후군’ 때문에 자신을 괴롭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었다.

발언이 알려지자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트럼프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체 유권자의 53%인 여성을 모욕한 그의 발언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유권자의 표를 모을 수도 없는 말”이라고 비난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트위터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발언”이라고 했고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기본적인 품위도 없는 심각한 인격 부족”이라고 몰아붙였다.

논란이 가열되자 트럼프는 뒤늦게 자신의 트위터에 “‘다른 어디(wherever)’라는 표현은 ‘코’를 뜻하는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반발만 더 샀다. 폭스뉴스 소유주이자 트럼프와 가까운 루퍼트 머독조차 트위터에 “내 친구 도널드는 (발언으로 논란이 생기는) 이런 상황이 공인의 생활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보수단체 ‘레드스테이트’는 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사로 트럼프를 초청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레드스테이트의 에릭 에릭슨 대표는 “아무리 직설적인 논객이거나 비전문적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밝혔다.

막말 파문의 여파로 트럼프 캠프의 핵심 참모인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이 이탈하는 등 선거캠프 내분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자문 출신으로 공화당의 전설적인 선거 전략가인 스톤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나를 해고한 게 아니라 내가 트럼프를 해고했다”며 “그에게 켈리 관련 논란은 미친 짓이니 그만하라고까지 조언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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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15-08-10 04:22:23

    입으로 정치 할려는 놈들 입으로 망하죠. 새정연에 이런 녀석들 많지요.

  • 2015-08-10 09:06:43

    미국의 정청례다.어찌 그리도 악담만 퍼붓는지 한국 정청례하고 닮은 꼴이다.

  • 2015-08-10 09:11:18

    감정조절이 않되는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경찰국가라고 자칭하고있는 미국의 대통령을 꿈꾼다? 미국도 자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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