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송전-급수에 에어컨 못틀어… 더위에 열받은 국민들 반정부 시위
정부, 부패청산 개혁으로 무마나서
최근 몇 달 동안 이라크를 강타하고 있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라크 정부의 과감한 개혁조치를 이끌어냈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9일 정부와 의회의 부패와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명망 높은 학계 인사와 법관으로 구성된 부패청산위원회를 만들고 과거와 현재의 모든 부패 혐의를 조사한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현재 3명씩인 부통령과 부총리직을 모두 없애고 불필요한 장관과 정부기구를 감축한다는 것. 이번 개혁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리를 지냈고 현재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누리 알 말리키 전 총리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압바디 총리가 평소라면 정치적 운명을 걸어야 했을 승부를 과감히 건 데는 폭염으로 ‘열 받은’ 민심이 개혁을 적극 추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5월 말 이래 기온이 37.8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히트돔’이라고 불리는 거대 고기압이 이라크와 이란 중상층부 대기에 머무르며 뜨거운 공기를 지면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월 말부터 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루에 몇 시간씩 제한송전을 실시하자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한 주민들이 전국 각 도시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는 삽시간에 반정부 시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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