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11, 12일 이틀 연속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를 1.86%와 1.62% 평가 절하했다.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주가와 신흥국 통화 가치가 동반 폭락했다. 한국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려 어제 코스피는 1,975 선까지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원대로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6년 만의 최저치인 7.0%(전년 동기 대비)였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성장률은 4%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7월 중국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했다. 중국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하하고 재정지출도 늘렸지만 별 효과가 없자 사상 최대 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카드를 꺼냈다. 중국 경제가 그만큼 어려움에 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는 위안화 평가 절하를 “시장을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지만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출 진작을 노린 노골적인 환율 조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발(發) 환율전쟁에 따른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 가치 평가 절하가 글로벌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은 일본 엔화 가치 약세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7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엔저(低) 충격 속에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중국 위안화 가치까지 낮아지면서 수출에 주름이 더 커지고 기업의 채산성도 나빠질 수 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가 위안화 평가 절하 효과로 회복되면 대중(對中) 수출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지만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어제 “위안화 평가 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안이한 판단이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4월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을 경고했다. 반면 2년 넘게 노골적인 엔저 정책을 펴온 일본이나, 중국의 이번 환율 개입은 용인하는 분위기다. 표면상으로는 동맹을 과시하지만 실제로는 미일 관계만큼 밀접하지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 한미 관계가 한국의 환율정책에도 운신의 폭을 줄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원화가 위안화 및 엔화에 대해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미국과의 경제외교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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