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해킹’ 신종 금융사기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홍보대행사 전산망서 15만건 빼내, 증권투자에 활용… 1억달러 챙겨

컴퓨터 해킹으로 빼낸 미국 기업들의 보도자료를 증권 투자에 활용해 1억 달러(약 1180억 원) 정도를 챙긴 국제금융사기단이 적발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수사국(FBI) 등은 1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에 국적을 둔 해커와 증권브로커 등 30여 명을 적발해 9명을 해킹과 불공정거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0년부터 PR뉴스와이어, 마켓와이어드, 비즈니스와이어 등 거대 홍보대행사의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기업들의 정기 수익발표는 물론이고 신규 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보도자료 15만여 건을 해킹했다. 피해 업체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포드자동차, 홈디포, 노스럽그루먼 등이 포함됐다.

해커가 자료를 공유사이트에 올리면 브로커들이 이를 투자에 활용한 뒤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주식 매매는 물론이고 단기 주가변동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옵션거래 등 첨단 금융상품이 활용됐다. 당국은 “이들이 증권 투자에 실질적으로 이용한 보도자료는 800여 건이며 한 건에 100만 달러를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메리 조 화이트 SEC 수사책임자는 “해킹 범위, 가담한 거래자, 불법 거래된 주식, 부당이익 규모 등으로 볼 때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달아난 일당을 수배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보도자료#해킹#금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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