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해킹으로 빼낸 미국 기업들의 보도자료를 증권 투자에 활용해 1억 달러(약 1180억 원) 정도를 챙긴 국제금융사기단이 적발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수사국(FBI) 등은 1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에 국적을 둔 해커와 증권브로커 등 30여 명을 적발해 9명을 해킹과 불공정거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0년부터 PR뉴스와이어, 마켓와이어드, 비즈니스와이어 등 거대 홍보대행사의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기업들의 정기 수익발표는 물론이고 신규 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보도자료 15만여 건을 해킹했다. 피해 업체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포드자동차, 홈디포, 노스럽그루먼 등이 포함됐다.
해커가 자료를 공유사이트에 올리면 브로커들이 이를 투자에 활용한 뒤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주식 매매는 물론이고 단기 주가변동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옵션거래 등 첨단 금융상품이 활용됐다. 당국은 “이들이 증권 투자에 실질적으로 이용한 보도자료는 800여 건이며 한 건에 100만 달러를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메리 조 화이트 SEC 수사책임자는 “해킹 범위, 가담한 거래자, 불법 거래된 주식, 부당이익 규모 등으로 볼 때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달아난 일당을 수배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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