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5일 자 7면에 ‘일본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일본 시민들의 전후 70년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전면 의견광고가 게재됐다. 광고에는 ‘70년 전까지 일본은 식민지 지배 및 침략으로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각지의 국민들에게 극심한 고통과 손해를 안겼다’는 내용이 실렸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안보법제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일본 시민들의 얼굴 사진과 함께 들어가 있다.
광고를 낸 단체는 일본에서 시민들의 모금으로 의견광고 운동을 전개하는 ‘시민의견 30의 모임·도쿄’. 일본 시민단체가 한국의 주요 언론에 의견광고를 게재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모임의 공동대표인 다카하시 다케토모(高橋武智·80) 씨와 모토노 요시오(本野義雄·80) 씨를 12일 도쿄(東京)의 단체 사무실 근처 한 찻집에서 만났다. 불문학자인 다카하시 씨와 민영방송인 TBS 기자 출신의 모토노 씨는 중고교 동기 동창으로 지금까지 평화운동 모임에서 활동해 왔다고 소개했다.
―‘시민의견 30의 모임’은 어떤 단체인가.
“1987년 오다 마코토(小田實)와 나카야마 지나쓰(中山千夏·이상 작가), 후쿠토미 세쓰오(福富節男·수학자) 씨 등이 중심이 돼 일본에서 민주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각지에서 토론이 벌어졌고 30개의 주장이 압축돼 1989년 1월 아사히신문에 의견광고를 냈다. 이를 계기로 모임이 결성돼 2003년부터는 매년 시민들의 기부금을 모아 신문에 의견광고를 게재해 왔다. 앞서 1991년 3월에는 걸프전에 반대하는 의견광고를 미국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다.”
―이번에 동아일보에 의견광고를 내기로 한 이유는….
“전후 70년을 맞아 아베 담화에 관심이 쏠려있는데 이와 별도로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한국에 전하고 싶었다. 한국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기는 처음인데 한일 관계에 대한 평소 논조와 영향력 등을 감안해 동아일보를 골랐다. 9월 2일까지 국내외 5개 신문에 광고를 내는데 지금까지 1만2791명이 광고비를 후원했다. 후원금은 개인 2000엔, 단체 4000엔으로 정했지만 실제론 이보다 많이 낸 분들이 많았다. 후원자의 대부분은 개인이었고 예년의 8000명 안팎에 비해 이번에 많이 늘었다.”
―개인들의 호응이 많았던 이유는….
“지금 일본의 상황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이 다시 전쟁의 길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그렇지만 개인들은 평소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다. 지금 일본 언론이 이런 개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의견광고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자는 데 대한 공감이 컸다.”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에도 아베 정권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전례가 없는 특수 상황에 놓여있다. 지금까지는 권력을 가진 정권이 반(反)평화적인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최소한 헌법은 지키려 해왔는데 지금은 90%의 헌법학자가 위헌이라고 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밀어붙이고 있다. 참의원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되면 전후 일본의 평화체제가 근본에서 무너지는 것이다.”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려면….
“갈등과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정치권의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시민들이 스스로의 눈으로 역사적 진실을 보면서 판단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시민 교류가 중요하다. 아울러 공통의 역사인식을 갖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사무국은 어떻게 운영하는가.
“별도로 직업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에 3번 정도 나와 2개월에 한 번씩 발행하는 회보지 ‘시민의 의견’을 편집하고 조직 운영에 필요한 일을 한다.”
이 단체는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 류큐신문(오키나와 지방지)에도 ‘앞으로도 비전(非戰)의 길을 고르자’는 전면 의견광고를 게재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항복 문서에 조인한 9월 2일에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에도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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