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적 없지만 친구” ‘디지털 우정’의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美10대 57% “온라인으로 사귀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세상과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10대들의 ‘친구 사귀기’ 방식을 바꿔 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접 만난 적이 없더라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비디오게임을 통해 친구가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진정한 친구’의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13∼17세 청소년 1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7%가 새 친구를 온라인에서 사귀었다고 대답했다. 주로 학교, 학원, 놀이터 등에서 친구를 사귀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친구가 6명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9%나 됐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사귄 친구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77%)이었다. 이처럼 ‘만나본 적도 없는 친한 친구’라는 새로운 개념의 우정이 가능한 이유는 친구와 어울리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매일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55%)와 ‘매일 메신저한다’(27%)는 대답이 ‘매일 친구와 직접 만난다’(25%)는 응답보다 많았다. 문자메시지 친교는 여학생(62%)이 남학생(48%)보다 많았다. 반면 ‘매일 친구와 비디오 게임하는 친교’는 남학생(22%)이 여학생(3%)의 7배나 됐다. 퓨리서치센터 측은 “비디오 게임이 특히 10대 남자 아이들의 우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을 위한 온라인 안전 교육 사이트인 ‘사이버와이즈’의 다이애나 그래버 대표는 “10대들은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상처를 받거나 아픔을 겪기도 한다”며 “부모들이 자녀들의 ‘디지털 교우 관계’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때 부모가 자녀의 SNS 내용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스토커’가 되면 자녀가 부모와의 대화를 기피하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덧붙였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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