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 폭발현장서 치명적 독가스 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0일 03시 00분


비에 녹은 유독물질 2차오염 비상
피부 접촉해도 상처-흡입땐 사망… 또다른 신경 독가스도 나와

대규모 폭발사고가 난 중국 톈진(天津) 항에 19일 이틀째 비가 내려 유독 화학물질의 오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폭발 사고 현장에서는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성가스가 검출됐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베이징 소방총대는 사고 5일째인 16일 현장에서 ‘측정 가능한 최고치’의 유독성 기체를 검측했다. 소방총대와 함께 현장에 접근한 CCTV 기자는 폭발 핵심 지점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접근했을 때 차량에 탑재한 검측장비나 소방대원들이 휴대한 장비가 동시에 경보음을 냈다고 전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물류 창고 지역에는 물류업체 ‘루이하이(瑞海)국제물류’가 쌓아놓은 3000t의 유독 화학물질 중에는 700t의 시안화나트륨도 있다.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은 물과 반응하면 독가스 성분인 시안화수소가 생성돼 공기 중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베이징화공대 먼바오(門寶) 교수는 “시안화나트륨은 피부 접촉만으로도 상처를 입을 수 있고 흡입하거나 잘못 먹게 되면 몇 mg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며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지표면의 분말은 저농도 알칼리성 과산화수소를 뿌려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발 지점 반경 100m 이내에서 다른 신경 독가스도 검출됐다”면서 “다양한 위험 화학물질이 폭발 과정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톈진 항 물류창고 폭발사고를 일으킨 업체인 루이하이국제물류의 유독물질 취급 인허가 과정과 지분구조, 배경 등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국무원은 중앙 부처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조사팀을 발족시켰다.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추궁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현장에서 사고 수습에 나서 17일 밤늦게까지도 회의를 열었던 양둥량(楊棟粱) 국가안전감독총국장을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중앙기율위원회가 18일 전격 발표했다. 그는 루이하이국제물류가 세워지던 2012년 당시 등 11년간 톈진 시 부시장을 맡았다.

톈진일보 등은 톈진 항을 운영하는 국영기업인 톈진항집단이 사실상 시 정부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 왕국’처럼 운영된 것도 루이하이국제물류가 규정을 어기고 위험 화학물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내는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톈진일보는 루이하이국제물류는 부회장이자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둥서쉬안(董社軒) 전 톈진항 공안국장의 아들 외에 베일에 가려진 위쉐웨이(于學偉)라는 인물이 공동 창업자로서 ‘숨은 맏형’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톈진#폭발#독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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