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유적 연구 82세 알 아사드
IS 점령직전 유물 수백개 옮겨… 온갖 협박에도 끝까지 비밀지켜
살해당한 시신 유적 기둥에 매달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시리아의 고대유적도시 팔미라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시리아의 대표적 고고학자인 칼레드 알 아사드(82·사진)가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돼 세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아사드는 18일 팔미라의 박물관 인근 광장에서 복면을 쓴 IS 대원에게 끌려 나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수당했다. 그의 시신은 팔미라의 고대 유적지 기둥에 매달려졌다. IS는 그의 참수된 머리를 동영상에 담아 19일 인터넷에 공개했다.
시신에 붙어 있는 팻말에는 ‘팔미라 우상들의 책임자, 해외 이교도들과 교류한 배교자’라는 붉은 아랍어 글씨가 적혀 있었다고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전했다.
1934년 팔미라에서 태어난 아사드는 시리아 고고학을 개척한 대표적인 인물로, 이집트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 하워드 카터와 비견된다. 다마스쿠스국립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1963년부터 2003년까지 팔미라 박물관 총책임자로 활동해왔다. 그는 국제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팔미라에 대한 수십 권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해왔다. 특히 그는 2003년 인간과 날개 달린 신화적 동물의 싸움을 묘사한 70m² 크기의 모자이크를 발굴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팔미라 박물관 전문위원으로 활약했다. 올해 5월 IS가 점령하기 직전에는 팔미라 박물관의 고대 입상 수백 개를 옮기는 임무를 총지휘했다. 하지만 그는 IS에 체포됐다. IS 대원들이 유물들을 대피시킨 곳을 알려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해도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양심에 반해서 행동할 수 없다”며 끝까지 저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IS가 대피시켜 놓은 유물들을 암시장에 내다팔아 돈을 벌려고 그 행방을 찾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150마일 떨어진 팔미라는 고대 페르시아와 인도, 중국, 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의 허브 도시였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19일 아사드의 비극적인 죽음을 ‘끔찍한 만행’이라 규탄하며 “고인의 위대한 업적은 극단주의자들을 넘어서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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