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의 노련한 전승절 외교… 中美사이 미묘한 균형 유지하며
‘한국 이익 우선’ 원칙 지켜…
존재감 없었던 北 대표단… 中北관계 쇠퇴 뚜렷이 보여줘
‘韓 가까이 北 멀리’ 中 정책변화… 김정은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이 3일 전승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전승절 기념식에서 중한 관계는 진정으로 윈윈을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긴장 상태인 가운데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 협상에 나서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에 와서 주요 외빈 중의 한 명으로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그보다 하루 앞서 2일에는 중국 지도자들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양국의 정치 관계가 1992년 수교 이래 지금처럼 밀접했던 때도 없었다. 양국 국민들도 오늘날처럼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은 노련하면서도 굳은 신념을 가지고 이번 ‘전승절 외교’에 대한 중국인들의 심리를 읽었다고 본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논의와 북한 문제에 대한 중한 합작 관리를 이번 ‘9·3 열병식’ 참여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중국과 미국 두 대국 간 관계에서 미묘한 평형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원칙을 지켰다. 중요한 국제적 행사에서 한국 국가수반의 존재감도 높였다. 박 대통령의 지혜와 품격이 중국 ‘열병식 외교’의 최대 승리자가 되게 했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65주년이다. 3일 베이징 전승절 행사는 중북 관계의 하락과 쇠퇴를 전면적으로 보여준 행사이기도 했다. 중국 북한, 과거 6·25전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동지이자 전쟁 후에도 오랜 기간 맹우였던 양국 관계의 변화는 이번 열병식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때 김정은의 특사였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가하기는 했으나 중국이 3일 전 세계에 생중계한 행사 화면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열병 전 중국 지도자들과의 접견도 없었다. 2일과 3일 박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활약한 것과 비교하면 최룡해나 북한 대표단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내 생각에 손님을 맞는 주인인 중국 정부는 공개적인 언론 보도나 외빈 접대에서 한국과 북한 간에 일부러라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예의인데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최룡해의 모습이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던 반면 박 대통령의 모습은 많이 부각됐다. 이는 2012년 11월 시 주석 집권 이후 3년 만에 중한과 중북 관계가 이미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변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이 현재 권력 구조상으로 보면 상징적인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내지 않고 최룡해를 보낸 것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특수 관계’로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룡해는 2013년 5월 한반도에서 핵 위기가 발생했을 때 김정은의 특사로 와서 시 주석과 만났던 인물이다. 서열을 떠나 김정은의 최측근 핵심이다.
하지만 2013년 5월 이후 중북 관계는 전혀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다. 북한 지도자들이 ‘한 손에는 핵, 한 손에는 경제발전’이라는 병진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냉담하다.
어떻든 최룡해가 이번에 다시 파견되어 전승절을 지켜본 것은 중한 관계가 점차 온도가 높아가는 것과 대비된다. 2일 시 주석이 박 대통령과 밝게 웃으며 회담할 때 최룡해는 어디에 있었나. 중국과 한국의 이 같은 역사적 변화를 김정은은 평양에 앉아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 정부의 정책에서 ‘친한원조(親韓遠朝·한국을 가까이하고 북한을 멀리한다)’가 분명히 느껴지는 지금 북한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앞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 이 부분에 대한 분석과 관찰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전승절 참가는 ‘중등 국가(middle power)’ 외교의 독립성과 전략적 안목을 보여줬다. 안보 문제에서 한국이 한미 동맹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면 참가가 한미 관계에 어떤 충격도 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한 관계 처리에서 한미 동맹의 늪에 빠지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이 ‘전승절 외교’를 통해 가져온 중한과 중북 관계의 역사적 변화는 아마도 다시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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