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상기]‘抗日전쟁’ 손잡았던 임시정부와 中공산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정상기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 전 동북아협력대사
정상기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 전 동북아협력대사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북한 핵개발 저지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및 주요 경제 이슈들에 대해 중국 측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이번 방중이 중요한 것은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이하여 과거 중국 대륙에서 우리 임시정부와 중국 공산당이 항일전쟁 승리를 위해 손잡았던 잊혀진 역사의 복원 차원에서 박 대통령 방중의 의미가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의 임시정부 활동은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시기(1919∼1932년)와 충칭(重慶) 임시정부 시기(1940∼1945년)로 나뉜다.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 이후 김구 주석 등 임정요인들은 일본군의 추적을 피해 중국 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다가 1939년 충칭에 안착했다. 당시는 1936년 시안사건 이후 항일전쟁을 위하여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간의 제2차 국공합작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저우언라이(周恩來), 덩잉차오(鄧穎超·저우언라이의 부인으로 전 정치협상회의 의장), 둥비우(董必武·전 국가부주석) 등 중국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요인들이 국민당 정부와의 연락을 위해 옌안(延安)으로부터 충칭에 파견 나와 상주하고 있었다. 따라서 충칭 임시정부 시기는 우리 임정 요인들과 중국 공산당 요인들 간에 매우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다.

이보다 더 이른 시기에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 공산당 창당을 전후하여 후난(湖南) 성 장사(長沙)에서 우리 임정 인사들과 교분을 맺은 바 있고 직접 중한호조사(中韓互助社)에 참가하기도 했다. 마오쩌둥은 수차례 우리의 중국 내 대일본 투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937년 8월 산시(陝西) 성 뤄촨(洛川)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통과된 ‘항일구국 10대강령’에는 “조선, 대만 및 일본 국내의 농공인민과 연합하여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자”고 선언하고 있다.

저우언라이의 지도 아래 있던 신화일보는 1938년 창간 직후부터 우리 독립운동의 선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는데, ‘3·1운동과 한국 임시정부’(1941년), ‘이청천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발표담화’(1942년) 등 많은 관련 기사를 게재해 주었다.

1940년 9월 충칭에서의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발대식에는 저우언라이, 덩잉차오, 둥비우가 중국 공산당 대표로 참석했다. 이들이 서명한 방명록은 현재 독립기념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1942년 10월 충칭에서 개최된 중한문화협회 창립식에서 저우언라이는 명예이사로 선출되었다. 그해 11월 13일 개최된 중한문화협회를 위한 다과회에서 저우언라이는 축사를 통해 조선인들의 항일투쟁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곧 독립을 쟁취해 임시정부 수뇌들이 조속히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였다.

일본이 패망하자 1945년 11월 5일 저우언라이와 둥비우는 중국 공산당 충칭판사처의 명의로 구이위안(桂園)이라는 사적지(당초 장제스·蔣介石 측근 장즈중·張治中 장군의 저택)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임시정부 수뇌를 위한 환송연을 개최해 김구 주석 등 임정 요인들이 모두 참석해 우의를 돈독히 했다. 그러나 그 후 한국은 대만, 중국은 북한과 따로따로 수교를 하게 되었고 6·25전쟁과 동서냉전의 영향으로 우리 임시정부 수뇌들과 중국 공산당 원로들 간의 관계는 묻혀 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한 단계 더 격상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교류에 관한 사료 발굴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박 대통령은 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함께 중국군의 열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중국군 열병식 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항일전쟁 승리를 위해 중국 국민당 정부로부터 큰 지원을 받은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와 동시에 70여 년 전 우리 임시정부 요인들과 중국 공산당 요인들이 항일전쟁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친 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 만큼 이제는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이와 함께 우리 정부 시책인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70여 년 전에 우리 임시정부 요인들과 중국 공산당 원로들 간에도 공통된 협력의 역사가 있음을 한중 양측이 공유해야 할 것이다.

정상기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 전 동북아협력대사
#임시정부#중국 공산당#박근혜#중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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