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티 주최 이란핵협상 반대집회
“멍청한 자들이 나라 이끌고 있어” 거침없는 독설에 청중 열광
9일 오후 1시경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 인근 ‘캐피톨 사우스’ 지하철역에서 내린 승객 20여 명은 의사당 앞 잔디광장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늦여름 더위에 섭씨 32도가 넘었지만 뛰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티파티 패트리엇’ 등 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이란 핵협상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행사 시작 30분이 지나자 요란한 음악과 함께 트럼프가 연단에 등장했다. 그는 찬조 연설자였지만 이날 모인 2000여 명의 시선은 온통 트럼프에게 쏠렸다. 트럼프는 15분간 이란 핵협상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인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해 환호를 받았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그가 6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처음 참석한 워싱턴 공개 행사가 사실상 그의 ‘워싱턴 출정식’이 된 셈이다.
직접 본 트럼프는 특유의 거침없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화법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핵협상을 엉망으로 했다. 내 평생 이렇게 무능한 협상 결과는 처음 본다”며 “우리는 얻을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주, 아주 멍청한(stupid)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여러분은 지겨울 정도로 미국의 많은 ‘승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선거 구호도 잊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들의 반응은 종교 집회를 방불케 했다. 메릴랜드 주에서 왔다는 제임스 불런 씨는 연신 “아멘”을 외쳤고, 중년 백인 남성들은 “도널드, 제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줘 젠장(damm it)”이라며 환호했다.
연설을 마친 트럼프는 연단을 빠져나가는 데 20분 넘게 걸렸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내외신 기자 50여 명이 동시에 그를 에워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특파원들이 ‘북핵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북핵 협상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를 허용하는 어떤 협상에도 반대한다는 것으로 공화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돈을 많이 벌면서도 주한미군의 도움으로 안보를 공짜로 지키고 있다”는 기존 주장에 대해서는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I like South Korea)”며 얼버무린 뒤 전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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