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돌풍’ 샌더스 유세현장
월가-워싱턴에 1시간 넘게 돌직구… 지지자들 손 잡아주며 소통과 공감
지지율 힐러리 10%P 넘게 제쳐
“자, 정치 혁명을 즐길 준비가 됐습니까?”
14일 오후 8시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매나사스 시의 한 박람회장 앞 공터. 월가 금융자본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진보 성향 유권자를 흡수하며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을 무너뜨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사회자의 소개로 등장하자 4000여 명의 지지자들은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곳곳에서 “버니를 백악관으로” 등의 구호가 끊이지 않아 샌더스 의원의 인사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샌더스 의원은 74세의 나이를 무색게 하는 열정으로 1시간 넘게 월가와 기성 정치권에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내가 대선에 나서자 아무도 월가와 워싱턴 정치를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요즘 (여론)조사를 봐라. 이미 미국 시민들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과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CBS가 3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이오와에서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43%를 얻어 33%의 클린턴 전 장관을 10%포인트 차로 이겼다. 클린턴 전 장관은 14일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7월 63%였던 지지율이 두 달 만에 42%로 떨어지는 등 유권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 여성 유권자의 클린턴 전 장관 지지율은 71%에서 42%로 29%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날 집회에서 샌더스 의원은 “전체 인구의 1%가 미국 경제 과실의 99%를 차지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게 바로 정치 혁명”이라며 자신의 선거 구호인 ‘더는 안 된다(enough is enough)’를 지지자들과 함께 외쳤다.
지지자들은 샌더스 의원의 기성 정치권 비판에 통쾌해하는 듯했다. 대학생 캐런 맥라렌 씨는 “부의 편중 현상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샌더스 의원이 이를 성공적으로 이슈화했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샌더스 의원의 집회는 소통과 공감형 캠페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샌더스 의원은 오후 9시를 훌쩍 넘겨 연설을 마쳤지만 지지자들의 손을 일일이 붙잡고 사진을 찍으며 30분 넘게 스킨십을 했다. 연설 도중 “형제자매 여러분”이라고 외치며 정치적 동질감을 불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이날 집회를 앞두고 샌더스 의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집회 참여 방식과 유의할 점, 심지어 차가 막힐 수 있으니 ‘카풀’을 하라는 안내문까지 고지할 정도였다. 현장에선 대부분 자원봉사자가 행사 전반을 관리했다. 언론 기피증이 있을 정도로 여전히 불통 논란에 시달리는 클린턴 전 장관이 ‘풀뿌리 정치’에 기반하며 소통형 대선 행보에 나선 샌더스 의원에게 맥을 못 추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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