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안 최종 표결이 진행된 일본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힘겨루기 공방이 벌어졌다.
오전 9시 민주당 등 야권 5당 당수들은 내각 불신임안을 중의원에 제출하고, 참의원에는 총리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불신임안과 문책결의안이 법안보다 우선 심의되는 것을 ‘최후의 무기’로 삼은 것이다. 일본은 19∼23일이 연휴여서 야권은 법안 처리를 연휴 기간으로 넘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자민당은 단상 발언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는 동의안을 제출해 통과시키며 응수했다.
오후 1시부터 참의원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출석한 가운데 총리 문책결의안이 논의됐다. 전날 참의원 특별위 날치기 통과 후 ‘자민당이 죽은 날’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던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생활의 당 대표는 상복을 입고 참배 퍼포먼스를 하면서 투표함까지 극도로 천천히 걷는 우보(牛步) 전술을 폈다. 아베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다 오후 2시 45분 문책안이 부결되자 벌떡 일어나 회의장을 나갔다.
중의원은 오후 4시 반부터 내각불신임안 심의에 돌입했다. 민주당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간사장은 “아베 내각은 민주 정부로서 이성을 잃고 폭주하고 있다”면서 두 시간 가까이 발의를 하며 시간을 끄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을 썼다. 그럼에도 안보법안 통과가 확실한 것은 자민당이 공명당과 군소 정당을 합쳐 참의원 의석의 60%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전날 특별위 날치기 처리를 위해 위원장석을 에워싸는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강행 처리 임박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모인 시위대 4만 명(주최 측 추산)이 ‘아베 정권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강행 처리로 가닥이 잡히자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는 안보법제 통과로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숙원이었던 ‘전후체제 탈피’의 과업을 사실상 달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교전권과 군사력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해 쐐기를 박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해 “비원(悲願·비장한 소원)”이라는 표현을 쓰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개헌은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데다 이번 안보법안 강행 처리로 반발이 더 커질 것이 확실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이달 말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는다. 올 4월 방미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약속한 안전법제 정비를 마친 만큼 발걸음이 가벼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확대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쟁 억지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분간 긴장은 오히려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지역에서 일본과 안보 부담을 나눠 지려는 미국은 안보법제 통과를 환영하고 있지만 타깃이 되는 중국과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84년 전 일본의 중국 침략 전쟁인 만주사변이 일어났던 날(9월 18일)에 안보법제가 통과됐다는 사실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당장 22일 미국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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