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미국 국빈방문(22~25일) 중 첫 기착지가 왜 서부 도시 시애틀인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과 중국은 바다(태평양)를 보고 마주한 이웃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란 우호적 해석과 ‘워싱턴으로 가기 전 미국 기업들을 중국의 방패막으로 삼으려는 고도의 전략’이란 의구심이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중국이 무엇을 의도했든지 간에 이런 다양한 해석을 낳는 것만으로도 ‘시애틀 카드’는 성공적”이라고 보도했다.
1979년 국무원 부총리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시애틀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며 “태평양은 미중 간의 장애가 되기보다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 보잉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시애틀은 방미한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필수 코스였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선 이런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WSJ는 “시 주석의 이번 시애틀 방문은 경제적 이유보다 정치적 목적이 더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23일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15명씩이 참석하는 ‘폴슨 연구소 원탁토론회’ 등을 통해 중국의 해킹과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 대응 분위기를 사전에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WSJ는 “시 주석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여러분이 중국 시장에 들어와서 사업을 잘하고 있어서 나도 기쁘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발언에는 ‘해킹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가 양국 간 우호적인 경제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이버안보 전문가인 피터 싱어 씨는 “동지를 규합하는 것도, 적을 분열시키는 것도 모두 외교”라며 “시 주석의 시애틀 외교는 중국 해킹의 피해자들인 미국 대표 기업들을 중국의 동지로 만들어 미국 정부에 맞서게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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