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젊은 금융맨들이 살인적 업무 강도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금융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월가 금융회사에서 일하다 자살한 자녀를 둔 아버지의 입을 통해 월가의 살인적 노동 강도를 3일 자세히 보도했다. 모엘리스 앤드 컴퍼니(Moelis&Company)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했던 토머스 휴스(29)는 5월 자신이 사는 맨해튼 아파트 24층에서 투신자살했다. 경찰은 폭음을 하고 코카인을 복용한 후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휴스 아버지는 “폭음을 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음 날 바로 근무할 에너지를 얻기 위해 코카인을 복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을 회사 근처에서 만나면 15분도 안돼 돌아가야 된다며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휴스는 지난해 연봉 10만 달러(약 1억1700만 원)에 보너스로 40만 달러(약 4억7000만 원)를 받았다.
휴스가 자살하기 한 달 전에 샌프란시스코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1년차 애널리스트 사브슈레슈스 굽타(22)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루에 20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이틀간 연달아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2013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21세 학생이 72시간을 잠자지 않고 일한 후 샤워하던 중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상사가 불합리할 정도로 많은 양의 일을 떠넘기는 이유도 있지만 높은 연봉을 받는 젊은 인재들이 성공을 위해서라면 밤샘 근무와 주말 근무를 자청하는 경우도 많다. NYT는 “입사 1, 2년차 애널리스트들은 회사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엉덩이 힘’으로 경쟁에서 이기려 한다”고 전했다.
젊은 인재들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자 금융기관들은 앞다투어 특정 시간 근무 금지령을 사칙으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는 사무실에 못 나오게 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12일을 연달아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반응은 회의적이다. ‘젊은 돈(Young Money)’의 저자인 케빈 루스는 “업무량이 많다는 것을 명예로 여기며 남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월가의 문화 속에서 근무 금지령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업무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침투해 사실상 쉬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도 과다 근무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인력을 추가 고용해 노동 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이 방법을 꺼리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대표는 최근 월가 금융맨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마음과 몸, 정신, 영혼, 건강을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인간관계와 삶이 처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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