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의 첫 테이프는 감염병 퇴치에 힘쓴 과학자들이 끊었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회충약 개발에 기여한 아일랜드 출신의 윌리엄 C 캠벨 미국 드루대 명예교수(85),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大村智·80) 기타사토대 명예교수와 말라리아 퇴치 신약을 개발한 중국의 투유유(屠ff·85) 중국중의과학원 종신연구원 등 3명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세 과학자 모두 보건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저개발 국가들을 주로 괴롭히는 감염병 분야에서 획기적인 약물을 개발한 공로가 인정됐다.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세 과학자는 모두 유명 제약회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던 제3세계의 감염병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며 업적을 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대 출신으로 야간고 교사를 지낸 일본 노과학자 오무라 교수와 중국 과학계에 중국 국적으로 최초로 노벨상을 안긴 투 연구원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무라 교수는 수상소감에 대한 첫 일성으로 “미생물에게 이 영광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일생 동안 흙과 나뭇잎, 하천의 물을 채집해 미생물이 만드는 화합물에서 지금까지 480종의 신물질을 발견해 왔다. 그중 하나가 방사균이 만드는 항생물질인 ‘아버멕틴’이다. 미 제약회사인 머크와의 공동연구로 1974년 시즈오카 현의 한 골프장 근처 토양에서 발견했다.
오무라 교수는 1958년 야마나시대 자연과학과를 졸업한 후 야간고 교사를 지내다가 어려운 여건에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자극을 받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유기화학 미생물학 생화학을 배워 유용한 물질을 찾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 특허로 올린 수입으로 방사균 게놈 해독 등 첨단 연구도 추진했고 1989년에는 사이타마 현에 병원을 짓기도 했다. 그의 신조는 “다른 사람과 같은 일은 안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며 지갑 안에 손바닥만 한 샘플 봉지 2장을 항상 넣고 다닌다.
중국도 잔치 분위기이다. 신화통신과 관영 중국중앙(CC)TV 등 언론은 특집 방송까지 내보내며 투 연구원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투 연구원은 오랫동안 동서양 약품을 결합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다며 그가 개발한 약품으로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중국이 투 연구원의 수상에 환호하는 것은 중국계 출신은 8차례나 과학 계통 노벨상을 받았으나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 국적의 노벨상 수상자는 2010년 평화상을 수상한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와 2012년 문학상을 수상한 모옌(莫言) 2명뿐이었다. 2000년 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高行健)은 프랑스 국적이다.
투 연구원은 베이징대 의대를 다니던 시절 식물 등 천연약물에 대한 연구개발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분야와 인연을 맺었고 1955년 위생부 산하 중의연구원에 들어간 뒤 수십 년 동안 한 분야에 몰두했다.
중국 언론은 “투 연구원이 근무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연구원은 통풍구조차 없는 열악한 시설이었다”며 “수시로 발생하는 연소된 화학물질에 상처를 입었고 한 번은 중독성 간염을 앓기도 했다”고 전했다. 투유유 연구팀은 1971년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는 100%의 ‘칭하오(靑蒿·개똥쑥) 추출물’을 발견하기까지 190차례나 실패를 경험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이를 통해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중국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 권위인 원사(院士) 선정에서 낙선했고 박사학위가 없으며 외국 유학 경험도 없어 ‘삼무(三無) 과학자’로 불렸다.
한편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상(6일), 화학상(7일), 평화상(9일), 경제학상(12일), 문학상(미정) 순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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