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상 2년 연속 수상… 의학상 이어 연일 쾌거
역대 과학부문 21명째… 기초과학 전폭지원 결실
日가지타 - 加맥도널드 공동수상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인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일본과 캐나다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일본은 전날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년 연속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과학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스웨덴 노벨상위원회는 6일 3종류의 중성미자(전자, 뮤온, 타우)가 서로 자유롭게 형태를 바꾸며 ‘변신’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일본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72) 캐나다 퀸스대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다른 입자와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투명한 유리창을 지나듯 통과해 버려 ‘유령 입자’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중성미자의 존재와 질량을 확인하는 일 자체가 물리학자들에게는 오랜 도전 과제였다.
노벨상위원회는 “3종류의 중성미자가 서로 모습을 바꾸는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발견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 규명했다”며 “이를 통해 물질에 대한 이해와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과거 가지타 교수와 공동으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는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중성미자는 우주가 탄생할 때 만들어진 입자인 만큼 중성미자의 성질이 밝혀지면 우주의 비밀도 풀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특히 물리학상은 지난해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최초로 개발한 일본 출신 과학자 3명이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이어서 반응이 더 열광적이다. 각 신문은 연이틀 호외를 발행하며 “일본의 실력을 보여 주는 쾌거”라고 전했다.
가지타 교수는 수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당장 도움이 되는 연구가 아닌 순수과학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더 많은 젊은이가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동참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가지타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24명(미국 국적 2명 포함)이 됐다. 그중 21명이 과학자라는 점은 일본 과학의 저력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21명 중에는 물리학상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화학상이 7명, 생리의학상이 3명이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 실적만 놓고 보면 일본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에 이은 세계 5위다.
일본이 과학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 덕분이다. 메이지유신 때부터 부국강병책으로 기초과학 육성에 나선 일본은 노벨상 시상 첫해인 1901년 세균학자인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와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를 후보로 올릴 정도의 역량을 길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에도 ‘자원 없는 일본이 생존하려면 과학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졌으며 버블 붕괴 후에도 R&D에 대한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일본의 과학 R&D 예산은 2013년 기준 약 368억 달러로 한국의 3배 가까이 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 많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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