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 국민당이 내년 1월 실시되는 총통 선거 후보 교체를 위한 ‘상주하주(上朱下柱·주리룬 주석을 올리고 홍슈주 후보를 하차시킨다)’ 절차를 본격화함에 따라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민당은 7일 타이베이 중앙당사에서 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를 열고 39명의 위원 중 28명이 17일 임시전당대회안을 통과시켰다. 주리룬(朱立倫) 주석은 회의에서 ‘당이 있고 나는 없으며 당을 위해 서로 참자(有黨無我 相忍爲黨)’이라는 말로 훙슈주(洪秀柱) 후보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이날 중앙위 회의가 열리는 동안 국민당 중앙당사 밖에서는 훙 후보 지지자 200~300명이 집결해 ‘훙슈주 지지’ ‘주리룬 사퇴’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는 쇠파이프로 차량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훙 후보는 7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말과 당나귀의 고사’를 들어 주 주석을 겨냥했다. 관음보살이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가자고 말과 당나귀에게 제안했으나 더 힘이 좋은 나귀는 위험하다며 가지 않고 힘이 약한 말이 따라나서 천신만고끝에 임무를 완성한 것을 들어 올해 초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자 주 주석이 당내 총통 후보에도 나서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훙 후보는 6일에는 “전쟁터에서 죽을지언정 국민의 기대를 배신할 순 없다. 끝까지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당이 7월에 지명한 총통 후보를 교체하는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은 민진당 주석인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세 이상 128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주석은 44.2%인 반면 훙 후보는 28.5%에 불과했다.
타이베이에서 만난 롄허(聯合)보의 궈충룬(郭崇倫) 부국장은 “차이 후보가 양안관계에 대해 ‘현상 유지’라는 애매한 입장을 보인 반면 훙 후보는 보다 급진적인 (대륙 편향적인) 입장을 내놓아 그와 국민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는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훙 후보의 이른바 ‘일중동표(一中同表)’ 양안관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으로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한다는 뜻을 품고 있어 지난해부터 거세지고 있는 대륙 견제 및 거부감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총통 선거는 물론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 이어 입법원 선거에서도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타이베이=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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