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최민우(미국명 조지프 최·20·하버드대 경제학과 3학년) 신드롬’이다. 재미동포 2세인 최 씨는 4월 27일(현지 시간) 하버드대에서 연설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달 12일엔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에게 “당신의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사실과 다르다”며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한일, 한미 관계의 가장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셈이다.
13일 하루 종일 하버드대가 관할구역인 보스턴 주재 한국총영사관엔 최 씨의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선 “멋지다. 고맙다. 자랑스럽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그중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다”라는 표현에서 기자의 눈길이 멈췄다. 애국(愛國)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재미동포, 특히 2, 3세들은 혼란스러워진다고 들었다. 한인풀뿌리운동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재미동포를 국적 개념으로만 접근하면 헛갈리고 애매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글학교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가르치면 결국 ‘독도는 미국 땅’이란 얘기가 된다는 농담도 나온다.
‘어느 나라 여권을 가지고 있느냐’는 국적 관점에서만 보면 최 씨는 엄연한 미국인이다. 당황한 트럼프가 “당신, 한국에서 왔나?”라고 했을 때 최 씨가 “텍사스 주에서 태어났고 콜로라도 주에서 성장했다”고 하자 객석에선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김 상임이사는 “미국의 한인들을 국적 기준으로만 보지 말고 ‘한미관계의 땅’에 사는 사람들로 봐 달라”고 말했다. 재미동포들이 최 씨처럼 한미관계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려면 우선 미국의 국익에 충실한 건전한 미국시민이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 씨가 미국인 학부모들도 부러워하는 명문 하버드대생이어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더 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 정부나 한국민도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김 상임이사가 강조했다.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를 바로잡고 관계 증진을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하는 최 씨 같은 재미동포를 ‘대한민국 애국자’라기보다 ‘선의의 한미관계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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