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룰인 ‘선거구 획정’도 못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의 눈치만 보며 의석 다툼을 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 시한(11월 13일)도 넘길 판이다.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2 대 1’ 기준에 따라 일부 선거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해지면서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정치권 일각에선 의원 정수(300석)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온다. 이탈리아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원의원을 현행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개혁안을 통과시킨 것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300석을 유지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54석) 축소는 절대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담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구 의석을 현행 246석에서 3석 늘려 총 303석으로 하자’는 대안을 내놓았고, 새누리당도 겉으로는 ‘300석 유지’를 고수하면서도 내심 의석 확대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300석으로는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하기 쉽지 않아 당내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3석 줄이는 대신 지역구 의석을 6석 늘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의 의원 1인당 인구(16만5930명)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만6000명)보다 많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상·하원의 양원제가 많은 선진국과 단원제인 한국을 단순히 인구로만 비교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 헌법 41조 2항에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역대 국회에서는 6·7대 때만 의석수가 175석으로 200석보다 적었다. 13대 국회부터 299석이 유지되다 16대 때 외환위기로 인한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의석을 273석까지 줄였지만 17·18대 299석, 19대에 300석으로 다시 늘었다. 당시 ‘200인 이상’ 규정을 두면서 상한선을 적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200인 이상’은 300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설이다.
정치권에서 이탈리아처럼 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했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여야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합의할 때 위헌 논란이 일어 19대 국회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는데도 의원 정수를 다시 늘리자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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