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에 기름 부은 네타냐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나치의 유대인학살 아이디어, 당시 팔 종교지도자가 제공”
메르켈 “전적으로 나치 책임” 반박… 이스라엘 내부서도 “역사 왜곡”

“히틀러는 유대인을 몰살시키려 하지 않았다. 단지 유럽에서 쫓아내려 했을 뿐이다. 그때 하지 아민 알 후세이니가 히틀러를 만나 ‘유대인을 유럽에서 쫓아내면 그들은 모두 여기(팔레스타인)로 건너올 것’이라고 말했다. 히틀러가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자 후세이니는 ‘태워 죽이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20일 밤 예루살렘에서 열린 세계시오니스트 총회 연설에서 한 발언 요지이다. 발언 속 후세이니(1897∼1974)는 1920∼40년대 팔레스타인의 그랜드 무프티(최고 종교지도자)였다. 당시 영국령이던 팔레스타인을 유대국가와 아랍국가로 분할하려던 영국 계획에 반대하다 추방된 뒤 1941년 11월 히틀러를 만나면서 나치와 손을 잡았다.

그의 발언은 국내외에서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지난달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격화해 ‘제3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기름을 붓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야당인 이스라엘 노동당의 이츠하크 헤르초그 당수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는 매우 위험한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레카트 사무총장도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너무 싫어하다 못해 히틀러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발언을 취소하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보다 못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1일 독일을 방문한 총리를 옆에 세워 두고 “쇼아(홀로코스트를 뜻하는 히브리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나치의 몫”이라고 못을 박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타인#유대인#유대인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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