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봉 깎아…전직원에 ‘7만달러 연봉 프로젝트’ 6개월 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17시 24분


코멘트
‘7만달러 프로젝트’의 주인공 댄 프라이스.
‘7만달러 프로젝트’의 주인공 댄 프라이스.
자신의 연봉을 깎아가며 전 직원의 연봉을 7만 달러로 올려준 미국 기업가의 ‘진심’이 통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 그래비티페이먼츠의 최고경영자 댄 프라이스의 ‘7만 달러 프로젝트’가 6개월 만에 ‘매출 2배, 수익 2배’의 보답을 받았다고 IT 전문잡지 아이앤씨(Inc) 11월호가 보도했다.

7만 달러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올해 4월 13일. 그는 이날 120여 명의 임직원과 기자들까지 모아놓고 평균 4만8000달러(5348만 원)인 최저연봉을 3년 내 7만 달러(7931만 원)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100만 달러가 넘던 자신의 연봉은 즉각 7만 달러로 내리고 최저연봉을 5만 달러로 인상했다. 최저 연봉은 향후 2년간 1만 달러씩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연봉 5만¤7만 달러를 받는 직원의 임금은 5000달러씩 인상키로 했다.

프라이스의 파격적인 결정은 실질 임금이 제자리를 걷는 가운데 최고경영자의 연봉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소셜 미디어에 5억 건 이상의 게시물과 댓글이 달렸고 이를 보도한 NBC방송 뉴스 동영상은 역대 최다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프라이스는 ‘현대판 로빈 후드’로 추켜세워졌다.

역풍도 거셌다.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언론들은 과도한 임금이 노동자를 게으르게 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뭇매를 가했다. 백만장자 방송인인 러시 림보는 “경영전문대학원들은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 사례로 이 회사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롱했다.

고액연봉을 받던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도장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돈을 받는다”며 사표를 내는 등 회사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고객 중에서도 “최저 연봉 7만 달러 프로젝트가 다분히 정치적이고 현실적이지 않다”며 거래를 끊는 사람이 나왔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지분 30%를 소유한 친형 루커스는 동생을 상대로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프라이스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팔고 자신 소유 집 두 채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며 고군분투했다. 8월 뉴욕타임스는 7만달러 프로젝트가 적잖은 시련에 직면했다며 이를 보도했지만 두 달 뒤인 10월 그래비티의 매출과 이익은 종전의 2배로 늘었다. 가격 인상, 서비스 악화를 우려한 일부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긴 했으나 2분기 고객 유지비율은 95%로 지난 3년 평균 91%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월 평균 30건이던 고객 문의는 2000건으로 급증했다.

직원 숫자도 10명이 더 늘었다. 프라이스의 ‘깜짝 선언’ 직후 한주 동안 이 회사에는 이력서가 4500통이나 몰렸다. 9월에는 야후 여성임원이었던 태미 크롤(52)이 고액연봉을 포기하고 그래비티에 입사했다. 연봉이 80%가량 줄었다는 크롤은 “수년간 돈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Inc와 인터뷰에서 4년 전 한 직원이 자신의 면전에 대고 “당신은 날 착취하고 있어요”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고 7만 달러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단순한 불평불안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데 어째서 나한테는 남들의 10년 치 연봉이 필요한가”라는 자성에 도달한 뒤 오랜 준비 끝에 실천에 옮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경영자의 능력은 돈이 아니라 목표, 영향과 봉사에서 찾아야한다”며 “연봉 인상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라고 역설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