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집권 보수당 과반 압승
테러-쿠르드 유혈사태가 결정적… 경제 타격입자 국민들 안정 선택
대통령제 개헌 다시 추진할듯
테러와 난민 사태가 유럽의 정치 지형도를 크게 바꾸고 있는 가운데 터키 총선에서도 다시 한 번 ‘안정’과 ‘안보’를 외친 집권 보수당이 압승을 거뒀다. 1일 터키에서 5개월 만에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49.37%를 얻어 의회 총 550석 중 절반이 넘는 316석을 확보했다. AKP는 올 6월 총선 때보다 득표율이 9%나 뛰어오르며 단독 정부를 수립하게 됐다. 이어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이 25.4%,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민족주의행동당(MHP) 11.9%, 친쿠르드 성향의 인민민주당(HDP) 10.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사진)이 이끄는 집권 AKP는 권위주의 통치와 잇단 부패 사건으로 6월 총선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연립 내각도 구성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개월 만에 조기 총선을 치르는 도박을 감행해 단독정부 복귀에 성공했다.
터키 총선 결과는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대, 쿠르드노동자당(PKK) 유혈 사태, 유럽 난민 사태가 보수층 표를 결집시킨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총선 기간 중 펼친 IS, 쿠르드 분리주의자, 외국인, 난민,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대한 다각적인 공포 전략이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통했다”고 분석했다.
AKP가 과도정부를 이끈 지난 5개월 동안 쿠르드족 반군인 PKK가 휴전 선언 2년여 만에 무장 항쟁을 재개해 군인과 경찰관 150여 명, PKK 조직원 2000여 명이 사망하는 극심한 안보 불안이 이어졌다. 정치 불안으로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지난달 10일 수도 앙카라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로 쿠르드족 평화시위대 102명이 숨진 사상 최악의 유혈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터키 정부는 테러 용의자로 IS뿐만 아니라 반정부 쿠르드 무장조직을 지목하면서 현 정권에 가장 껄끄러운 양대 세력을 ‘국가의 적’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또 올여름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으로 인한 공포감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는 선거에서 압승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 난민 사태, 미국의 IS 공습에서 좀 더 많은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18일 터키를 방문해 “난민을 통제해 준다면 터키에 최소 30만 유로의 난민구호 자금을 지원하고, EU 가입 협상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지난 12년 동안 총리와 대통령직을 번갈아 맡으며 막강 파워를 행사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 중심제에서 완전한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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