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자체, ‘동성 파트너’ 인정 시작…첫 수혜자는 여성 커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20시 02분


생활을 같이하는 동성 커플을 부부와 같은 관계인 ‘파트너’로 인정하는 제도가 일본에서 시작됐다.

5일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은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구와 세타가야(世田谷) 구. 시부야 구가 먼저 이날 구청을 찾은 동성 커플에게 ‘파트너십 증명서’ 교부를 시작했다. 시부야구는 지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동성 커플이 서로 후견인이 되겠다는 공정증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동성 커플임을 인정하는 증명서를 교부할 수 있도록 올해 3월 조례를 제정했다.

첫 수혜자는 여성 커플이었다. 여성 극단인 다카라즈카 배우 출신의 히가시 고유키(東小雪·30) 씨와 회사 경영자인 마스하라 히로코(增原裕子·38) 씨가 그 주인공. 동거한지 4년 된 이들은 2년 전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결혼식도 올렸다.

마즈하라 씨는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은 것이 매우 감격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히가시 씨는 “이것을 첫 걸음으로 (동성 커플 증명서가) 일본 전국으로 확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플 증명서는 동성 커플이 법적인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택 임대나 입원 환자 면회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조례는 부동산업자나 병원 등이 동성 커플 증명서를 소지한 이들을 부부와 동등하게 대하도록 규정했고 가족을 대상으로 구가 운영하는 주택(구영 주택)에도 동성 커플이 입주할 수 있게 했다. 또 조례 취지에 반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이를 바로잡으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해당 업자의 이름을 공표할 수 있게 했다.

세타가야 구도 오후부터 동성 커플에게 선서서 확인 수령증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동성 커플을 인증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법적으로는 동성 커플을 인정하지 않지만 일부 지자체의 이 같은 시도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통신업체 NTT도코모는 지자체의 증명서가 있으면 동성 커플에 대해 휴대전화 가족할인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보험사인 라이프네트생명은 동성 커플이 상대를 사망보험금 수령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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