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틴 우 NLD 부의장 “한국처럼 미얀마도 여성 대통령 나올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민주주의 서광’ 미얀마, 김정안 기자 양곤市 르포 2信]
대통령 후보 유력 틴 우 NLD 부의장

13일 만난 틴 우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부의장. 왼쪽 대형 사진의 주인공은 미얀마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지 여사의 부친인 아웅산 장군이다. 양곤=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13일 만난 틴 우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부의장. 왼쪽 대형 사진의 주인공은 미얀마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지 여사의 부친인 아웅산 장군이다. 양곤=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김정안기자
김정안기자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도심 바한 지역에 위치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는 ‘민주화의 성지’로 통한다. 역사적인 총선이 있었던 8일 이후 연일 압승, 당선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24시간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마침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날아든 13일 오후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지지자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수지 여사의 오른팔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틴 우 부의장을 만났다.

그는 수지 여사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년 초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 나설 NLD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8일 총선 직후에도 여사를 대신해 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등 국제사회에 NLD 내 2인자로 알려져 있다.

틴 우 부의장은 88세 고령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넘쳤고 안색도 건강해 보였다.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40여 분간에 걸친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한국을 잘 아느냐’고 묻자 그는 “물론”이라면서 “한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듯 이제 미얀마에서도 여성 지도자(수지 여사를 지칭)가 나올 차례”라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현행 헌법으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얀마 국민이 원한다면 개헌을 통해 수지 여사가 언젠가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얀마가 꿈꾸는 민주주의란 어떤 것인가.

“53년간의 군부 독재 기간 동안 국민들이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렸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다시 말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나라가 개혁이 되는데 말이다. 개혁의 주체는 국민인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시작부터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인재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NLD 단독 집권이 가능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

“감사하다. 위대한 미얀마 국민의 승리이다.”

그는 군 최고 사령관 출신 정치인이다. 196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네 윈 장군에 의해 강제 전역당한 뒤 NLD에 입당했다. 1989년 7월엔 수지 여사와 함께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군부의 영향력이 너무 세서 개혁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군과도 상생하는 정치를 할 것이다. 분열이 아닌 협조와 통합의 정치를 펼칠 것이다. 더딘 과정이 되겠지만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권력과 부를 가진 군부의 독점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군 출신 중에서도 우리의 뜻에 동조한다면 내각에도 기용할 수 있다. 개혁 이전에 국가의 안정이 먼저다.”

―그동안 집권 자체에만 목표를 집중하느라 국정 운영에 대한 로드맵이나 민생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정책 방향의 포커스를 여성과 청년을 위한 것에 맞추려 한다. 21세기는 여성과 젊은이들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청년 직업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버마’ 대신 군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바뀐 국호인 ‘미얀마’를 썼다. 이유를 묻자 “국호는 중요한 게 아니다. 다시는 하루아침에 국호와 헌법을 마음대로 바꾸는 정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개혁도 국민의 합의(consent)가 없으면 독재나 마찬가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틴우#nld#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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